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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이 먹고사는 데 필수적인 벼를 키우기 위해서도 이처럼 무수한 손길이 필요한데, 하물며 소멸하는 지역에 청년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손길이 필요하겠는가!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역에 정착하려는 청년을 향해 벼를 키우는 농부의 마음으로 세심한 정책을 펼치는 지방자치단체를 찾기는 쉽지 않다.
청년들을 향한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은 마치 '천수답' 같다. 관개시설 같은 농사 인프라가 없기에 하늘에서 비 오기를 기다리는 논을 천수답이라 하는데, 비가 오지 않으면 꼼짝없이 천수답의 벼는 말라 죽는다. 청년들이 살기 좋도록 양질의 일자리와 인프라를 갖춘 도시와 달리, 지역의 농촌은 그야말로 맨땅 같은 '천수답'이나 마찬가지다. 여타 지역과 비슷한 정책을 답습하고 특징 있는 인프라도 없이 그저 중앙의 정책에 따라 청년들이 하늘에서 비처럼 내려오기를 바라는 모습은 가뭄철에 기우제를 지내는 원시시대의 모습과 무엇이 다른가!
그렇다면 농사에 비유해서 지방자치단체가 '청년 농사'를 잘 지으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농사를 잘 지으려면 우선 토양이 좋아야 한다. 즉, 동네 분위기가 좋아야 한다. 주민들이 외지 청년들을 환대하고 주민과 청년들이 잘 어울릴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다음으로 적절한 비료가 뿌려져야 한다. 급격한 성장을 촉진하는 화학비료보다 토양을 건강하게 하며 성장할 수 있는 유기농 비료가 좋을 것이다. 땅의 힘이 많이 약해져 있어서 비료나 퇴비 없이 작물을 키울 수 없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벼농사에서 중요한 것이 물 관리다. 어떨 때는 논에 물을 가득 채워야 하며, 어떤 경우에는 논바닥을 바짝 말려야 한다. 태풍이 지나간 후에는 쓰러진 벼를 재빨리 일으켜 묶어주어야 한다. 젖은 논바닥에 방치한 벼는 섞어버린다. 다시 말해 지원금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 노련한 농부는 물 채워야 할 때와 비워야 할 때를 잘 아는 사람이다.
그리고 잡초를 잘 제거해 줘야 한다. 논두렁에 풀을 제때 깎아주어야 하며, 우렁이농법이든 오리농법이든 써서 논 안의 풀도 제때 제거해야 한다. 화학 제초제를 살포하기보다는 자연농법이 오래가고 토양에도 좋은 법이다. 잡초를 제거하지 않은 논은 소출량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 이런 손길 많이 가는 과정을 다 하고도, 잠시 방심하여 벼 베기 시즌을 놓치면 그때부터 벼는 썩기 시작한다.
요즘 필자의 관심 사항 중 하나가 청년 예술가들의 지역 정착이다. 청년 예술가들이 지역에 정착할 때 제일 먼저 선결되어야 할 조건이 주거 문제와 일자리 문제다. 도시에 살 때에 비해 좀 더 쾌적한 주택이 있어야 도시보다 지역에 살아보고픈 마음이 생긴다. 한때 농어촌 면 단위 지역에 임대주택 사업이 활성화되어 청년 및 신혼부부들이 입주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들 중 예술가들이 꽤 있었고 이들은 지역에 정착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건축비 상승과 맞물려 임대주택 사업이 주춤하고 있지만, 저렴하고 시설이 좋은 임대주택을 농어촌 지역에 공급해서 청년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해 주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농어촌 지역에 관심을 가진 청년 예술가들과 지역의 문화예술 행사를 적극적으로 연계시켜 줘야 한다.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신규로 만드는 것은 쉽지 않으니, 기존에 있는 지역의 문화·예술 교육 수요와 지역 축제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청년 예술가들과 연계시켜 주기만 해도 효과가 클 것이다. 지역의 학교와 복지시설에는 문화예술 프로그램 수요가 꽤 많지만, 수준 높게 진행할 예술가는 부족하다. 이것을 연계시키는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지역의 문화관광재단이나 중간지원 조직이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이런 조직이나 사람이 없다면, 천수답에 수로를 연결시키겠다는 결심으로 꼭 만들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장과 해당 공무원이 관심을 가지고 해결할 의지만 있다면 이는 농사에 필요한 '수로'를 만드는 일보다는 쉬울 것이다.
/문화실천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