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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미중 정상회담과 트럼프의 전략적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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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5. 25. 17:58

미·중 정상회담, 통상·중동·타이완 등 갈등 현안에 대한 돌파구 보이지 않아
대중(對中) 극한 대립보다 협력에 방점을 찍는 트럼프의 실리주의는 평가 받아
미국인 관심은 패권 경쟁 같은 거대 담론보다 물가 등 美 경제 안정에 쏠려
올가을 시진핑의 워싱턴 답방, 경쟁과 거래가 병행하는 미·중 관계의 중요한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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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호 조지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 부소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달 14일과 15일 베이징에서 중국 측의 환대 속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났다. 회담 직후 워싱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친분을 과시했지만 정작 가시적인 성과는 제한적이었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통상, 중동, 타이완, 핵 비확산, 인공지능 등 양국 간 갈등의 핵심 현안들에 대해 뚜렷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주말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핵협상에 대한 원칙적 합의에 접근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이번 정상회담의 의미를 재평가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적 실수 없이 안정적으로 회담을 관리했고, 중국과의 극한 대립보다는 협력 관계에 보다 방점을 찍는 실리주의적 태도를 보였다는 점에서 미중 정상회담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그러나 미국 내부의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은 G2의 한 축으로서 미국과의 관계를 보다 동등하고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반면, 미국은 여전히 대통령 개인의 직관과 정치적 계산에 크게 의존하는 외교 스타일의 한계를 노출했다는 인식이 워싱턴 조야에 퍼져 있기 때문이다.

이번 회담은 적어도 중동 위기 관리라는 측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더 절박한 입장에서 임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로 곤란을 겪고 있던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시 주석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란이 해협 봉쇄를 조속히 풀고 핵협상에도 보다 전향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해 주기를 원했다. 미국인들의 관심 역시 미중 전략경쟁이라는 거대 담론 자체보다, 이란 전쟁 이후 불안해진 미국 경제를 안정시키는 데 이번 정상회담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쏠려 있었다.

미중 정상회담 직전 미국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갤런당 4.5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란 전쟁 직전 3달러를 밑돌던 휘발유 가격은 휴전을 계기로 잠시 오름세가 주춤했지만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다시 급등했다. 휘발유 가격 상승은 미국 경제 전반, 특히 장바구니 물가에 부담을 주고 있어 미국인들이 이른바 '전쟁 세금'을 내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물가를 못 잡은' 바이든 행정부를 집요하게 공격해 재선에 성공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정치적으로 매우 곤란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이징으로 떠나기 직전 기자들에게 물가 문제는 전쟁이 끝날 때까지 미국인들이 어느 정도 감내할 수밖에 없다는 기존 입장을 숨기지 않았다. 미국인들의 경제적 부담이 이란과의 협상 태도에 영향을 주느냐는 질문에 그는 무엇보다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저지하는 데 집중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주류 언론들은 노동자와 서민을 위한 대통령을 자처해 온 트럼프가 이런 발언을 한 사실에 주목했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이번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우선순위를 지나치게 솔직하게 드러낸 사례라는 평가가 나왔다. 곧바로 민주당의 공세가 이어졌다. 트럼프의 이 답변은 앞으로 중간선거 운동 기간 민주당이 즐겨 쓸 밈이 되기에 충분하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의 핵무기 보유에 반대하고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자유를 지지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중국이 유지해 온 기존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다만 미국과 이란이 지난 주말 '원칙적 합의'에 접근한 배경에는 중국 역시 중동 불안의 장기화를 원하지 않았다는 점이 일정 부분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중국으로서도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러나 베이징은 미국이 스스로 선택해 만든 위기와 긴장을 무상으로 해결해 줄 생각은 없다는 점 역시 분명히 하고 있다.

특히 타이완에 대한 미국의 무기 판매 문제는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지켜보는 사안이다.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 면전에서 타이완 문제를 양국 관계의 핵심 위험요인으로 거듭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중 정상회담을 마치고 워싱턴으로 돌아온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이후 최저 수준의 지지율이라는 현실과 마주해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해 1월 취임 당시 47%에 달했지만 이후 하락세를 이어갔고, 이란 전쟁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확산하면서 40%를 밑돌고 있다.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생활비 상승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실제로 4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는 이란 전쟁 발발 직전의 2.4%보다 크게 오른 3.8%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이란과의 제한적 협조와 거래를 통해 현재의 위기에서 탈출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논의와 올가을로 예정된 시진핑 주석의 워싱턴 답방은 경쟁과 거래의 병행으로 미중 관계의 축을 옮겨가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김연호 조지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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