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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에서 익숙하게 들리는 말이다. 금융당국 역시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와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장기 투자 문화 정착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단기 시세 차익보다 기업의 미래 가치에 투자하는 시장이 돼야 한다는 취지다.
문제는 그 긴 호흡을 버텨내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점이다. 국내 투자자들의 마음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흔들린다. 작은 뉴스 하나에 주가가 널뛰고, 투자심리는 순식간에 냉온탕을 오간다. 장기 투자의 중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실제 투자 행동은 단기 매매로 이어지는 이유다.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만 켜봐도 그렇다. 화면에는 실시간 급등주와 거래량 상위 종목, 당일 수익률 순위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장중에는 속보 알림이 쉴 새 없이 뜨고, 반도체·2차전지·인공지능(AI)·정책 수혜주 등 시장의 중심 테마도 빠르게 바뀐다.
물론 이런 기능들은 투자자들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고 편의를 돕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그만큼 투자자들은 자연스럽게 짧은 흐름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다. 기업의 중장기 성장성보다 당장 수급이 몰리며 급등하는 종목에 시선이 먼저 쏠리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포모(FOMO·소외 공포) 현상도 반복된다. 특정 종목이 급등하면 "지금 안 사면 늦는다"는 불안 심리가 번지고, 증시 강세 국면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빠르게 늘어나는 모습도 반복돼 왔다.
시장이 흔들리는 순간 분위기는 순식간에 바뀐다. 장기 투자를 이야기하던 시장은 어느새 손절과 반대매매 공포로 가득 찬다. 빚을 활용한 투자 구조 속에서 몇 년 뒤 기업 가치를 믿고 버틴다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어쩌면 시장은 투자자들에게 긴 호흡보다 '빠른 반응'을 더 요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최근 증권사들은 실시간 랭킹과 투자 알림 기능 등을 경쟁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투자자 편의를 높이기 위한 서비스지만, 동시에 투자자들이 더 자주 시장을 들여다보고 빠르게 반응하도록 만드는 측면도 있다. 특히 종목 토론방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나 단기 수익 사례가 빠르게 확산하며 또 다른 포모 심리를 자극하기도 한다.
증권업계 역시 거래 활성화와 완전히 무관하지 않다. 투자자들이 자주 사고팔수록 위탁매매 수수료와 금융상품 판매 기회가 늘어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주가가 오르든 내리든 매매가 활발할수록 증권사의 수익 기회도 커진다. 장기 투자를 강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투자자 유입과 거래 활성화를 유도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장기 투자 문화를 만드는 것은 투자자만의 몫이 아니다. 기업은 단기 실적이 다소 부진하더라도 향후 수익성 개선과 기업가치 상승을 위해 어떤 투자와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지, 또 그 과정에서 주주가치를 어떻게 높여갈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지속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 정책과 주주환원 강화 역시 시장 신뢰를 높이기 위한 흐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국내 주식시장을 함께 조성하는 증권사 역시 중요한 책임을 지닌다. 투자 열풍을 단기 매매와 과도한 레버리지 중심으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성장성과 중장기 가치에 기반한 투자 문화를 형성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지금의 시장 분위기가 건강한 투자 문화로 이어지고 있는지, 아니면 또 다른 투기적 흐름을 키우고 있는지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국내 주식시장을 움직이는 기업과 증권업계, 정책 당국 모두가 함께 책임 있게 만들어가야 할 과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