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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인더스트리] 신사업으로 스텝업 하는 두산… 박정원의 다음 혁신은 ‘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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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슬 기자

승인 : 2026. 05. 20. 17:51

위기 때 마다 체질개선 통해 생존
SK실트론 인수로 밸류체인 구축
전공정 영역 키워 미래 구상 완성
두산그룹은 국내 재계에서도 유독 부침이 많았던 기업으로 꼽힌다. IMF 외환위기 이후 소비재 중심 사업이 흔들렸고, 이후 중공업 중심으로 체질을 바꿨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와 원전 정책 변화, 코로나19 사태 등이 겹치며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두산은 위기 때마다 사업 구조를 바꾸며 돌파구를 찾아왔다. 소비재 그룹에서 중공업 그룹으로, 다시 에너지·소재 중심의 첨단 제조 그룹으로 무게추를 옮기는 방식이었다. 업계에서는 그 중심에 박정원 회장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있었다고 평가한다.

두산은 최근 클린에너지 분야에서 체코 원전 사업 수주를 통해 원전 경쟁력을 다시 입증했다. 대형 가스터빈의 미국 첫 수출에도 성공해 글로벌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스마트머신 분야에서는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를 중심으로 건설기계·자동화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제는 첨단소재 분야인 반도체 소재 사업까지 확장하며 그룹의 미래 사업 구상을 완성해 가는 중이다.

20일 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두산그룹은 반도체 사업 확장을 본격화하고 있다. 두산은 이달 중으로 SK그룹이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70.6%에 대한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앞두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개인 지분까지 확보할 경우 SK실트론 지분 100%를 확보하게 된다.

이번 인수는 두산의 사업 재편 과정에서 또 하나의 변곡점으로 해석된다. 과거 소비재 중심 그룹에서 중공업 중심 그룹으로 체질을 바꿨던 두산이 이제는 반도체 소재까지 사업 외연을 넓히며 첨단 제조 그룹으로의 전환을 가속하고 있어서다.

두산은 1896년 국내 최초 현대식 상점인 '박승직상점'에서 출발했다. 이후 무역과 소비재 사업을 중심으로 성장했고, 1950년대에는 OB맥주를 설립해 식음료 사업을 확대했다. 1960년대 건설·기계 산업으로 영역을 넓혔고, 2000년대 들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며 중공업 중심 사업 재편에 나섰다.

2007년 미국 건설기계 업체 밥캣(현 두산밥캣) 인수는 두산의 중공업 체질 변화를 상징하는 장면으로 여겨진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와 맞물리며 재무 부담 우려가 컸지만, 결과적으로 북미 건설기계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다만 공격적인 인수합병(M&A) 이후 재무 리스크가 커졌고 두산건설 실적 악화, 코로나19 직후 유동성 위기까지 겹치며 두산은 산업은행 관리 체제에 들어갔다. 두산은 두산인프라코어(현 HD현대인프라코어), 두산솔루스(현 솔루스첨단소재) 등 각종 계열사 및 동대문 두산타워를 매각해 약 23개월 만에 채권단 관리 체제를 조기 졸업했다.

현재 두산에너빌리티는 소형모듈원전(SMR)과 가스터빈 사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글로벌 기업 뉴스케일파워, 엑스-에너지, 테라파워 등과 협력을 병행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전력 인프라 수요 증가 역시 성장 기회로 꼽힌다.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는 스마트 건설·자동화 시장 확대 흐름 속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SK실트론 인수는 두산의 첨단소재 사업을 완성하는 핵심 투자로 평가된다. SK실트론은 국내 유일의 반도체용 실리콘 웨이퍼 생산 기업으로 글로벌 시장 3위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웨이퍼는 반도체 생산 첫 단계인 전공정 핵심 소재다.

두산은 2022년 반도체 테스트 업체 테스나를 인수하며 반도체 사업에 진출했다. 이후 반도체 패키징 사업을 담당하는 엔지온을 흡수합병했고, ㈜두산 전자BG사업부문은 동박적층판(CCL) 사업을 통해 AI 반도체용 고부가 소재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번 SK실트론 인수까지 마무리되면 두산은 웨이퍼부터 기판 소재, 테스트·패키징까지 반도체 전후 공정을 아우르는 밸류체인을 구축하게 된다. 기존 후공정 중심이었던 두산 반도체 사업이 전공정 영역까지 확대된다. 시장조사업체 퓨처마켓인사이트(FMI)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웨이퍼 시장은 2026년 255억 달러(약 38조원)에서 2036년 404억 달러(약 60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관계자는 "두산은 위기 때마다 사업 구조를 바꾸며 생존해 온 그룹"이라며 "이번 SK실트론 인수는 박정원 회장 체제 이후 또 한번의 그룹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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