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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축구장 2만4000개 태양광 단지”… 현실성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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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5. 21. 00:00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상임위에서 처리된 법안에 대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
정부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누적 설비용량을 100GW로 확대하겠다며 수도권 간척지 등에 대형 태양광 단지 10개 이상을 구축하고, 태양광·풍력 발전 단가도 대폭 낮추겠다고 밝혔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9일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에서 4년 내 수도권·충청권·강원권 등에 10개 이상의 GW급 대형 태양광 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유력 부지로 시화·화옹지구 등 경기권 간척지, 경기·강원의 접경지역, 경기·충청권의 석탄발전소 폐부지, 평택항·평택호 등을 거론했다.

또 공장 지붕과 농지, 도로·철도·농수로 등 전국의 유휴부지에도 태양광 발전시설을 건설해 44.2GW를 추가 보급하겠다고 덧붙였다. 재생에너지 계약단가도 올해 킬로와트시(KWh)당 태양광 150원, 육상풍력 180원, 해상풍력 330원인 것을 2035년까지 각각 80원·120원·150원 이하로 낮추겠다고 했다.

그런데 1GW급 전력을 만들려면 축구장 2000개 면적의 태양광 발전 부지가 필요하다. 발표대로라면 향후 4년간 축구장 약 2만4000개 규모의 부지를 확보해야 한다. 이는 어지간한 도시 하나의 면적이다. 하지만 대규모 개발 가능한 땅은 대부분 산업·물류·환경 규제를 적용받고 있고, 농지 훼손 문제와 주민 반발도 있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부지를 확보하더라도 전기를 수도권 등으로 보낼 송전망도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태양광은 밤에는 발전이 불가능하고 날씨 영향도 크게 받기 때문에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가 필요한데, 이 비용이 막대하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포함해 목표 달성에 수반될 재정 계획을 아예 내놓지 않았다. 그러면서 재생에너지 사업에는 재정이 많이 투입되지 않아 재정추계가 없다고 해명했다. 궁색하기 그지없는 태도다. 만약 민간기업이 수익 구조도, 자금 조달 계획도, 리스크관리 방안도 없이 목표만 발표했다면 시장이나 투자자들의 반응은 당연히 부정적일 것이다. 사업 타당성 검토와 재무 계획은 장기 계획의 가장 기본적인 요건이기 때문이다.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을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는 분명 필요한 국가 과제다. 하지만 원대한 목표만 제시됐을 뿐 이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에 대한 계획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이번 발표는 무책임하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계획 달성에 필요한 핵심 인프라 확보 방안이나 재정 대책 등이 빠져 있어 현실성이 많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태양광 정책은 국민 세금과 국가 전력 시스템이 걸린 문제인 만큼 더 엄격한 검증과 책임이 따라야 한다. 에너지 정책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이다. 공급 안정성과 경제성, 기술 가능성, 주민 수용성, 재정 부담까지 종합적으로 검토돼야 마땅하다. 화려한 숫자 목표만 제시하는 것은 정책 신뢰를 떨어뜨릴 뿐이다. 장밋빛 청사진보다 먼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구체적 실행 계획과 재정 대책부터 내놓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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