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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자유의 이름으로 용인된 ‘폭력’…스토킹 엄정한 ‘法 기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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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5. 20. 17:20

윤경현 산업2부장
윤경현 산업2부장
스토킹 범죄가 해마다 증가하며 우리 사회의 새로운 불안 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법원이 대기업 총수를 상대로 장기간 괴롭힘을 이어온 가해자들에게 실형을 선고하면서, 그동안 '시위'와 '집회'라는 이름 아래 사실상 방치돼 온 반복적 위협 행위에 대해 사회적 재인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판결은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 사법부가 표현의 자유와 스토킹 범죄의 경계를 보다 분명히 그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평택지방법원은 KG그룹 회장의 자택과 종교시설 주변에서 수개월간 차량 통행을 막고 초인종을 반복적으로 누르는 등 지속적인 불안감을 조성한 이들에게 징역 8개월의 '실형'과 '스토킹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법원은 해당 행위를 더 이상 정당한 집회나 시위의 범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적 권리관계가 정리된 사안을 이유로 사적 공간까지 침범하며 공포심과 심리적 압박을 가한 행위는 명백한 스토킹 범죄라는 취지다.

이번 판결이 주목받는 이유는 '원칙'이다. 민주사회에서 보장돼야 할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권리 역시 무제한적일 수 없다는 취지다. 집회와 시위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하지만, 특정 개인의 주거의 평온과 신변 안전까지 침해할 권리로 확장될 수는 없다.

이번 사건은 법적 정당성 측면에서도 논란의 여지가 크지 않다. 대법원은 이미 2016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의 적법성을 확정한 바 있다. 더욱이 KG그룹은 당시 해고의 직접 당사자도 아니다. 그럼에도 일부 해고 노동자들이 인수 기업 총수의 사생활 공간까지 찾아가 거액의 보상금을 요구한 것은 권리구제의 범위를 넘어선 행위라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문제는 이러한 사례가 특정 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삼성, 현대차, 한국타이어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의 자택과 회사 앞은 이미 상시적 시위 공간으로 변질된 지 오래다. 사회는 그동안 이를 "공인이기에 감수해야 할 일" 정도로 받아들여 온 측면이 있다.

더 우려되는 것은 스토킹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SNS와 메신저, 위치 추적, 딥페이크 등 비대면 수단까지 확산되며 피해자들은 일상 어디에서도 심리적 압박에서 자유롭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고 있다. 현행 제도 역시 접근금지나 연락금지 명령이 반복적으로 위반되는 사례가 이어지며 실효성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특정인을 지속적으로 추적하고 공포심을 유발하는 행위는 피해자 개인은 물론 가족과 주변 공동체에도 깊은 상처를 남긴다. 특히 자택 주변에서 반복되는 위협 행위는 인근 주민들의 불안감까지 키운다는 점에서 공공 안전의 문제이기도 하다.

표현의 자유는 존중돼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특정 개인의 일상과 안전을 무너뜨리는 수준까지 용인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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