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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미중(美中) 정상회담과 데탕트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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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5. 17. 17:45

김영한 성균관대 교수
김영한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 2월에 시작한 이란 전쟁의 미래가 여전히 미궁에 빠져있는 가운데, 지난 13~15일 미중 정상회담이 개최됐다. 그러나 기존의 미중 무역전쟁과 이란 전쟁 등 세계 경제를 옥죄고 있는 상황을 타개할 가시적 전기를 제시하지는 못한 채 단지 양국 간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모호한 선언과 함께 끝났다. 2017년 이후 9년 만의 미국 대통령 방중이었기에, 트럼프는 중난하이 정원에서 시진핑 주석과 함께 산책하며 "환상적인 무역 합의를 이뤘다"고 선언했고, 시 주석도 "역사적·상징적 이정표"라고 화답했다. 그러나 회담의 실체는 이런 화려한 수사와는 거리가 멀었다.

양국은 '미중 건설적·전략적 안정 관계' 구축이라는 모호한 협력 방향에 합의했다. 트럼프가 일방적으로 '중국이 보잉 737기 200대 구매, 미국산 대두·LNG 수입 확대, 펜타닐 원료 단속 강화를 약속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엔비디아 AI 반도체 수출 통제 해제나, 대만 안보 문제, 무기 판매 제한이나 희토류 거래 조건 등 정작 예민한 문제는 양쪽 모두 언급조차 없었다.

"빅딜도 파국도 없었다"는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사가 이번 회담의 성격을 가장 정확하게 요약한다. 즉, '갈등의 관리'가 '갈등의 해소'로 바뀔 만큼의 실질적 합의는 없었다. 결국 지난해 10월 부산 정상회담에서 성립된 무역 휴전을 유지한 수준에서 크게 나아가지 못한 것으로, 로이터 통신은 "이번 회담의 핵심 성과는 과거의 무역 휴전을 유지한 것 자체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중국은 대만 문제와 관련해 강경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하는 가운데, 트럼프는 시종일관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란 전쟁을 시작한 이후, 미국 내에서 정치적 곤경에 처한 트럼프는 미국 유권자들이 보기에 경제적 성과로 보일 수 있는 결과들에 집착하는 가운데, 시진핑은 대외적으로 중국의 강력한 위상을, 대만 문제 관련한 언급에서도 과시하는 모양새였다.

비록 이번 미중 정상회담이 가시적인 성과나 결과물을 낳지는 못했지만, 최소한 더욱 나빠질수도 있었던 양국관계를 현상유지는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다는 점은 나름 성과라면 성과다.

또한 국제 환경의 불확실성을 제거하지는 못했지만, 더 키우지는 않았다는 점도 역시 성과라면 성과다.

한편 이번 미중 정상회담의 결과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면, 한국경제에 직접적인 충격을 줄 수 있는 의제는 가시적으로는 없었지만, 향후 미중 간 관계의 진전에 따라, 우리 경제가 뜻밖의 유탄을 맞을 수 있는 가능성을 짐작할 수 있는 여지는 여럿 확인된다.

최근의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특수가 오롯이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 기술의 국제경쟁력의 결과라기보다는 최근까지의 미중 간 갈등구조가 이 반도체 특수를 키워준 측면이 강하다. 즉 지난 2019년부터 미국 정부가 중국 기업들, 특히 화웨이와 SMIC등의 기업들을 제재하면서, 한국 하이닉스 및 삼성전자의 잠재적 경쟁기업들이었던 이들 중국기업들이 HBM생산 및 기술력을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억제했으며, 그 결과 한국기업들이 독점적 시장지배력을 키울 수 있는 배경이 되었다.

이와 같이, 미중 간 갈등 및 지정학적인 갈등 구조 덕분에 전략적 이익을 얻게 된 산업으로는 반도체 이외에도 조선산업, 방위산업, 이차전지산업, 소재, 부품, 장비 및 중간재 산업들로도, 미중 간 갈등구조에 의해 발생한 대체 공급망 수요 덕분에 상당한 수혜를 받았던 측면이 있다.

따라서 지금 당장은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미국과 중국 양국 모두의 국내 정치적 필요에 의하여 실질적인 관계 개선이 이루어질 경우, 현재 갈등 구조의 수혜산업이라고 볼 수 있는 산업들, 특히 조선산업, 방위산업, 실질적 독점력을 행사하고 있는 HBM산업, 배터리 산업들이 뜻밖의 유탄을 맞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설령 미중 양국 간 극적인 관계 개선이 아니라, 특정 부분에 국한된 양국간 협력이 이루어지더라도 비슷한 영향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그 가능성은 이번 양국 간 정상회담에서도 확인되었듯이, 중국이 미국의 농산품과 에너지 수입을 늘리면서 다양한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 완화와 중국산업의 미국진출이 맞교환되는 거래는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반도체·배터리·조선·방위산업에서 한국은 미국과 중국 양측 모두에 대체 불가능한 공급망 위상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인 대체 불가능한 독보적 기술력으로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한국산업의 국제 공급망에서의 위상은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다.

미중 간 갈등구조하에서, 중국기업들에 대한 미국의 전방위적인 기술 통제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중국 기업들이 보여온 기술추격 및 추월속도를 고려하면, 더더욱 위기의식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미국 시장에서는 중국기업들에 여전히 족쇄를 채워놓았다는 점에서, 우리 기업들의 국제 공급망에서의 지위는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는 낙관론은 매우 위험하기 그지없다.

불투명하고 가변적인 지정학적인 구조에 의존한 경쟁력이란 사상누각에 가깝다. 지정학적인 구조조차도 결국은 기술력으로 규정되는 만큼, 대체불가능한 기술적 시장지배력만이 우리 경제의 유일한 생존 무기다.

김영한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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