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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싸움 말고 미래로 붙자”…동갑내기 친구의 승부, 양산시 정치가 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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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 기자

승인 : 2026. 05. 12. 09:00

이철우 기자
이철우 기자
선거철만 되면 정치권은 늘 시끄럽다.

정책과 비전 경쟁보다 상대 흠집 내기와 감정싸움이 먼저 등장한다. 확인되지 않은 의혹이 떠돌고, 고소·고발이 이어지며, SNS와 유튜브에는 자극적인 비방이 넘쳐난다. 시민들은 정치에 피로를 느끼고, 선거는 축제가 아니라 소모전처럼 변해간다.

그런 점에서 6·3 양산시장 선거에서 나온 한 장면은 꽤 낯설고도 의미 있게 다가온다.

국민의힘 나동연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조문관 후보가 11일 양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클린선거 협약'을 체결했다. 상대를 비방하거나 인신공격하지 않고 정책과 비전으로 시민 평가를 받겠다는 약속이었다.

정치권에서 흔히 나오는 형식적 선언쯤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의 정치 현실을 떠올리면 이번 협약은 결코 가볍지 않다. 무엇보다 치열한 승부를 앞둔 두 후보가 공개적으로 "네거티브 없는 선거"를 약속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례적이다.

더 눈길을 끄는 건 두 사람이 단순한 경쟁자가 아니라 '동갑내기 친구'라는 점이다. 서로를 오래 알고 누구보다 잘 아는 사이지만, 그 관계를 공격의 무기로 삼지 않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사실 가까운 사이는 선거판에서 더 날카롭게 부딪히기 쉽다. 상대 약점을 잘 아는 만큼 감정의 골도 깊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두 후보는 스스로 선을 그었다. 상대를 무너뜨리는 대신 정책으로 경쟁하겠다는 선택이었다.

특히 "양산 발전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는 두 후보의 말은 지금 한국 정치가 잃어버린 가치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 오늘날 정치권은 타협과 협력보다 대결과 증오가 더 익숙해졌다. 상대를 인정하면 지는 것처럼 여기는 극단적 진영 정치가 일상이 됐다.

이런 현실 속에서 양산의 이번 협약은 적어도 "시민 앞에서는 품격을 지키자"는 최소한의 약속으로 읽힌다.

물론 진짜 시험은 지금부터다. 선거가 과열되면 네거티브 유혹은 언제든 커질 수 있다. 캠프 내부 경쟁과 강성 지지층 압박도 변수다. 결국 중요한 건 협약서에 적힌 문장이 아니라 선거 마지막 날까지 그 약속을 지켜내는 일이다.

만약 이번 양산시장 선거가 끝까지 정책 중심 경쟁으로 이어진다면 이는 단순한 지역 뉴스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싸우지 않아도 선거는 가능하다"는 사례로 남아 지방선거 문화에 작은 변화의 신호를 줄 수도 있다.

정치는 원래 시민 삶을 더 나아지게 만들기 위한 경쟁이어야 한다. 상대를 쓰러뜨리는 기술보다 미래를 설계하는 능력이 우선돼야 한다.

이번 양산 선거에서 시민들이 그 당연한 원칙의 회복을 목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리고 그 출발은, 아이러니하게도 서로를 가장 잘 아는 동갑내기 친구 두 사람의 악수에서 시작됐다.
이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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