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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팡이 3370만개에 이르는 고객 개인정보를 유출한 사실이 지난해 11월 드러났다. 경찰은 쿠팡을 7일에 걸쳐 압수수색하고, 로저스 대표를 2차례 소환 조사했다. 이 와중에 미(美) 하원 공화당 의원 54명이 "쿠팡 등 미국 기업들에 대한 차별적 규제를 중단해달라"는 서한을 우리 정부에 보낸 사실이 4월 21일 공개됐다. 이에 대해 "대한민국 사법주권에 대한 침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나 통계업체 모바일인덱스가 4월 2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쿠팡의 3월 활성이용자는 3503만 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민주주의에서 '지지율'과 자본주의에서 '소비자 수'는 곧 권력을 의미한다. 그러나 숫자가 정당성과 정의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다수의 선택이 법과 원칙을 흔든다면, 이는 사회의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것은 '시민의식'이다. 다수의 선택이 무관심 또는 맹신으로 인한 독선·폭력으로 나아갈 때도, 시민의식은 연대와 상식으로 비판과 절차가 살아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 시민의식은 법치주의를 지탱한다. 법치주의란 권력자의 의지나 대중의 감정이 아니라, 사전에 정립된 법과 절차가 사회를 움직여야 한다는 원칙이다.법치주의는 제도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헌법 위에 떼법"이라는 말처럼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다수라는 이유로 정당화한 폭력이 횡행하고 있다. 결국 법치주의를 지키려는 '시민의 의지'가 필요하다. 예컨대 특정 정치적 입장에 따라 법 적용의 일관성을 달리 보거나, 절차적 문제를 '우리 편'이라는 이유로 눈감는다면 법치주의는 형식만 남게 된다. 그 순간 법은 규범이 아니라 도구로 전락한다.
진정한 시민의식이란 바로 이 지점에서 발현한다. 그것은 자신이 지지하는 대상에게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 용기다. 즉, '권력에 대한 거리 유지'다. 지지는 비판을 동반해야 함을 이해하지 못하는 순간, 시민은 유권자가 아니라 '맹신자'에 그친다.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기업의 법적·윤리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소비가 계속된다면, 이는 단순한 경제적 선택을 넘어 법과 규범에 대한 메시지가 된다. 소비는 가치중립이 아니라 하나의 사회적 선택이 될 수 있다.
지지율이 높다고 해서 벌을 피할 수 있어선 안되며, 소비자가 많다고 해서 사회적 특혜를 받아서도 안된다. 숫자가 정의(正義)를 정의(定義)해서는 안된다. 진영보다 사실을, 편리함보다 원칙을, 단기적 이익보다 장기적 가치를 고려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숫자 너머에서 민주주의와 시장을 지탱하는 진짜 힘, 시민의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