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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장의 한탄, “영화인들이 영화에 대해 얘기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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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 기자

승인 : 2026. 05. 07. 11:15

다큐 '란 12.3' 이명세 감독, 흥행만 따지는 후배들 일침
"위기 타개책? 관객들의 정서적 만족감부터 직시해야 해"
늘 새로움 추구…"조금이라도 다르지 않으면 의미 없어"
이명세 감독
장편 다큐멘터리 '란 12.2'으로 돌아온 이명세 감독이 후배 영화인들을 상대로 "산업이면서 예술이기도 한 영화의 본질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제공=프로덕션 에므
"영화인들이 영화를 얘기하지 않는다!" 40년 가까이 연출 지휘봉을 잡고 있는 노장 감독이 후배들을 향해 애정어린 쓴소리를 쏟아냈다.

이명세 감독은 자신이 연출한 다큐멘터리 '란 12.3'의 개봉과 관련해 최근 진행된 인터뷰에서 한국 영화의 위기 타개 해법을 묻는 질문에 "요즘 영화계 사람들을 만나면 대부분이 영화가 아닌, 영화 흥행에 대한 이야기만 주고 받는다"며 "초심으로 돌아가, 산업이지만 예술이기도 한 영화의 본질에 우선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이어 "영화인들이 가장 신경써야 하는 건 관객들이 느낄 정서적 만족감을 직시하는 것"이라며 "독립운동하듯이 다시 치열하게 영화 예술의 정신을 일깨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감독은 현실적인 주문도 잊지 않았다. "1000만 흥행작도 좋지만, 200만~300만명을 동원하는 감독들이 계속 나워줘야 한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영화계의 힘 있는 소수, 특히 스타들이 신인 감독들을 응원하고 지켜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1955년 충남 아산에서 태어난 그는 배창호 감독의 조감독을 거쳐 1989년 '개그맨'으로 데뷔했다. 자신의 사수인 배 감독과 오랜 영화 동지인 고(故) 안성기, '컴퓨터 미인' 황신혜가 은행 강도 일당으로 출연한 이 영화는 우화적인 느낌의 슬랙스틱 코미디물로 개봉 당시에는 관객들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당했다. 그러나 훗날 한국 영화의 새로운 흐름을 제시한 공로를 인정받아 '저주받은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후 이 감독은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첫사랑' '남자는 괴로워' '지독한 사랑' '인정사정 볼 것 없다' '형사 Duelist' 등에서 선보인 섬세한 영상 미학으로 한국 최고의 스타일리스트란 별명을 얻게 됐다.

지난달 22일 개봉한 '란 12.3'은 이 감독이 처음 도전한 장편 다큐멘터리로, 바상계엄이 선포된 2024년 12월 3일 밤의 모습을 담았다. 다큐멘터리로는 이례적으로 인터뷰와 내레이션이 포함되지 않은 대신, 300명 가까운 시민들과 국회 보좌관들이 제공한 동영상 자료에 AI(인공지능)를 활용한 재연과 팝아트 분위기의 애니메이션 등이 더해졌다. 7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전날까지 누적 관객수 21만7031명을 기록하며, 보름째 독립·예술영화 부문 일일 박스오피스 정상을 독주중이다.

"영화 만들기 전 늘 제게 스스로 던지는 질문이 있어요. '이게 뭐가 다를까?' '뭐가 새롭지?' '다르지 않다면 꼭 내가 해야 하나?' 등으로, '란 12.2'에서 인터뷰와 내레이션을 배제한 것도 기존의 다큐멘터리를 답습하지 않기 위한 제 의도에서 비롯된 결정이었어요. 오랜 시간 자본과 타협할 수 없었던 이유 역시 '새로운 게 있는가? 있다면 뭐지?'란 자문자답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에서 찾을 수 있고요. 다시 다큐멘터리를 찍게 된다면, 그때는 이번과는 달리 인터뷰로만 채워보고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 새로워야 하니까요."


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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