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칼럼] 불편하지만 외면할 수 없는 진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2.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507010001325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6. 05. 07. 11:15

노정래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관장
노정래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관장
지금 우리의 삶은 화석연료 없이는 단 하루도 유지되기 어려울 만큼 크게 의존하고 있다. 최근 국제 정세 불안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원유 공급이 끊기다시피 했다. 원유를 대부분 중동에 의존하니 더 심각할 수밖에 없고 하루가 다르게 기름값이 요동치고 있다.

원유에서 뽑아내는 나프타의 부족으로 종량제 봉투 사재기를 해야 할지 걱정하고, 차량 5부제가 시행 중이다. 더 나아가 모든 석유화학제품 상승 등 산업 전반에서 위협을 받고 있다. 화석연료를 많이 쓰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이산화탄소 총배출이 세계 11위로 경제 규모 대비 높은 편이다. 불편한 얘기지만 진실이다.

화석연료 사용은 온난화를 부채질한다. 기후 변화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의 삶 속에서 이미 진행되고 있고 계절의 변화와 기상이변에서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봄에 내리는 우박, 게릴라성 집중호우, 폭설, 점점 강해지는 겨울바람과 올해만 해도 벚꽃이 작년보다 10일 가량 일찍 폈다. 이런 변화는 수두룩하다.

많은 과학적 데이터는 지구 온난화가 인류의 삶과 직결된 문제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악마같은 불편한 진실을 더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불편한 진실'을 주제로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으로 대중적 접근도 좋은 아이디어 중 하나다. 머리가 좋기로 소문 난 개그맨이 참여해 생활 속 탄소 배출 문제를 쉽고 재미있게 꾸며낸다면 파급 효과는 더욱 커질 수도 있다. 과학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되 웃음과 공감을 통해 국민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 내는 방식도 효과가 좋을 성싶다. 발 빠른 개그맨의 참여를 기대해 본다. 정부와 기업의 정책이 앞서야 하나 일반인도 노력하자는 취지다.

지역 사회의 작은 실천도 희망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서울 서대문구청에서는 안산 일대에 이끼와 식생을 활용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하는 환경을 조성하기도 했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서는 주민들이 토종 작물로 텃밭을 가꾸며 탄소발자국을 줄이고 건강까지 챙기게 토종 작물 씨앗 나눔을 한 바 있다. 이는 환경보호와 건강 증진이라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얻는 '꿩 먹고 알 먹기'의 좋은 예다. 곧 토종 작물 모종까지 나눌 예정이다.

텃밭, 주말농장에 농사를 지을 때 화학비료를 조금 덜 뿌리면 좋겠다. 질소 비료를 뿌리면 아산화질소가 배출되며 이는 이산화탄소보다 300배의 강한 온실 효과를 유발하는 치명적인 온실가스다. 무지막지한 놈이다. 따라서 온난화 대응은 거창한 기술이 아니라 생활 속 실천에서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더 불편한 진실은 사실 우리 자신에게 있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끊임없이 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자동차, 냉난방, 일회용품, 과도한 에너지 사용 등은 우리가 주범이다. 이를 알고 있으면서도 쉽게 바꾸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기후 변화 대응은 거창한 정책 실행 이전에 개인의 실천에서 시작된다. 불편하더라도 생활 방식을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불편하지만 진실을 인정해야 한다. 이를 외면한다면 더 큰 재난이 찾아올 것이고 인정하고 행동한다면 변화의 가능성은 있다. 현실을 직시하고 함께 노력할 때 지구의 미래는 조금 더 안전해질 수 있다. 혹시 기후 변화의 끝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자연사박물관을 찾아 과거에 멸종한 생물들을 보면 된다. 그 모습은 먼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맞이할 수 있는 미래일지도 모른다.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