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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로] UAE의 OPEC 탈퇴가 던지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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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5. 08. 06:39

GULF-SUMMIT/
28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걸프협력회의(GCC) 특별회의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오른쪽)가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을 접견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
박진숙 아시아투데이 산업부 기자
박진숙 국제부 차장
'소극침주(小隙沈舟)'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작은 틈이 배를 가라앉힌다는 말이다. 지난 1일 아랍에미리트(UAE)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그 확대 협의체인 OPEC+에서 탈퇴하면서 시장에서는 소극침주 우려가 확산했다.

UAE의 이번 탈퇴 선언은 OPEC 창설 이래 가장 큰 충격으로 평가된다. 60년 가까이 OPEC에 몸담아 온 UAE의 갑작스러운 탈퇴 발표는 다른 회원국들을 당혹스럽게 할 뿐 아니라, 이미 약화한 OPEC 카르텔의 신뢰성과 시장 지배력에 더 큰 의문을 제기한다. 이는 오랜 긴장 관계였던 UAE와 사실상 그룹의 리더인 사우디아라비아 사이의 갈등이 폭발한 결과다.

OPEC은 지난 수십 년간 공급 조절을 통해 유가를 관리하며 국제 경제의 '보이지 않는 손' 역할을 해왔다. 카르텔은 쉽게 말해 "우리끼리 가격을 조정하자"는 약속이다. 소비자로서는 불편할 수 있지만, 시장에서는 '안정'이라는 명분으로 오랫동안 유지돼 왔다. 그런데 UAE가 독립을 선언한 순간, 그 약속은 균열을 드러냈다.

UAE의 이탈은 그 보이지 않는 손이 더 이상 단단하게 쥐는 역할을 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특히 UAE는 OPEC 내 세 번째로 큰 산유국으로, 그 영향력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가 있다. 생산량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회원국이 빠져나간다는 것은 곧 OPEC의 조정 능력이 크게 약화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UAE는 이미 막대한 투자를 통해 생산 능력을 확충했고, OPEC 할당량을 무시하며 생산을 늘려왔다. 결국 '관리된 안정'보다 '자유로운 확장'을 선택한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UAE가 독자적으로 생산을 확대하면 시장은 다시금 점유율 경쟁과 가격 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질 수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 소비자에게 유리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불안정성을 키우고 투자 환경을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 무엇보다 OPEC의 신뢰성이 흔들리면서 다른 회원국들의 이탈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은 카르텔의 존속 자체를 위협한다. 다른 회원국들도 "우리도 자유롭게 생산하겠다"며 이탈한다면, OPEC은 더 이상 '가격 조정자'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사태는 석유 시장의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신호탄일 수 있다. OPEC이 더 이상 절대적인 석유 공급 가격 '조정자'로 군림하지 못하고, 각국이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독자적 행보를 강화하는 시대가 도래할 수 있는 것이다. OPEC은 이제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우리가 여전히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UAE의 탈퇴는 단지 시작에 불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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