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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영 중국경영연구소 부소장·동국대 겸임교수 |
1990년 처음 개최되어 격년으로 열리는 베이징 모터쇼(Auto China)는 본래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이 거대한 중국 내수 시장을 향해 자신들의 선진 기술과 신차를 과시하는 무대였다. 하지만 2026년 4월 24일 막을 올린 이번 전시회는 그 위상과 본질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축구장 50여 개 크기에 달하는 38만㎡ 규모의 거대한 전시장에서는 과거 엔진 출력과 조립 품질을 자랑하던 글로벌 강자들의 모습 대신, 화웨이(Huawei·華爲)나 모멘타(Momenta) 같은 중국 현지 IT 기업들의 기술 생태계에 어떻게 편승했는지를 증명하려는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하드웨어 제국들이 중국의 전동화 기술과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역으로 수용하는 '역합작'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을 선포하는 거대한 대관식이었던 셈이다.
이처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자존심을 굽히고 중국의 생태계로 들어간 이면에는, 무의미한 제살깎기식 출혈 경쟁을 멈추고 산업의 질적 전환을 강제하려는 중국 정부의 치밀한 기획이 자리하고 있다. 최근 2년여간 중국 자동차 시장은 극심한 가격 전쟁을 치렀다. 그 결과 2025년 중국 자동차 산업의 총비용은 9조 8,500억 위안에 달했지만, 이익은 4,610억 위안에 그쳐 이익률이 4.1%라는 역사적 저점까지 추락했다. 프리미엄 브랜드인 니오(NIO·蔚來)조차 차량 1대를 팔 때마다 약 3만 8,000위안의 적자를 감수해야 할 정도로 시장은 깊이 병들어 있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올해 소비 진작책인 '이구환신(以舊換新)'의 보조금 지급 방식을 기존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전격 변경했다. 저가형 일반 차량에 집중되던 혜택을 걷어내고, 고도화된 기술력이 담긴 고부가가치 차량으로 수요를 유도하겠다는 강력한 통제 시그널이다. 동시에 L3 자율주행 시장의 전국 단위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자동차 정보보안 및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에 대한 국가 강제 표준을 신설했다. 정부가 직접 나서서 하드웨어 단가 싸움의 낡은 판을 엎고,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라는 새로운 링을 만들어낸 것이다.
정부가 명확한 룰과 표준을 제시하자, 중국 기업들은 압도적인 속도와 규모로 새로운 판을 장악해 나가고 있다. 기술적 차별화 없이 가성비로 내수 시장을 호령하던 절대 강자 BYD(비야디·比亞迪)의 올 1~2월 중국 내 승용차 점유율은 7.1%(19만 1,000대)로 떨어지며 10% 선이 붕괴되었다. 반면, 첨단 자율주행 기술과 스마트화에 발 빠르게 대처한 지리자동차(Geely·吉利汽車)는 같은 기간 28만 9,000대를 판매하며 선두로 치고 나갔고, 수출 확대를 병행한 체리자동차(Chery·奇瑞汽車) 역시 16만 4,000대를 팔아치우며 약진했다. 현재 중국 내 고도화된 자율주행 시장은 화웨이의 '첸쿤(乾崑)' 시스템과 모멘타가 전체 점유율의 80% 이상을 휩쓸고 있을 정도로 전동화 시장의 주도권이 완전히 재편되고 있다.
중국에서 자동차는 더 이상 5~7년의 수명 주기를 갖는 기계가 아니라, 18개월마다 칩셋 연산 능력이 두 배로 뛰는 거대한 스마트 기기다. 이러한 소프트웨어 생태계의 무서운 실행력 앞에서 글로벌 빅3 역시 독자 노선을 포기하고 발 빠르게 우회로를 택했다. 토요타(Toyota)는 이번 모터쇼에서 공개한 중국 전용 전기 세단 'bZ7'에 기존 파트너인 BYD 대신 화웨이의 구동 시스템과 모멘타의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을 채택했다. 폭스바겐(VW)도 샤오펑(Xpeng·小鵬)과의 협력을 통해 불과 24개월 만에 'ID. UNYX(유닉스) 08'을 양산해 냈으며, 재규어랜드로버의 신차 프리랜더(Freelander)는 체리자동차의 EOX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작된다.
이번 베이징 모터쇼가 한국 산업계에 던지는 메시지는 서늘하다. 중국 자동차 산업의 위협을 여전히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은 저가 물량 공세' 수준으로 치부하는 것은 치명적인 착각이다. 정부가 정교하게 리스크를 제거하며 판을 깔고, 수많은 기업이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를 이루며 글로벌 기술 표준을 강제해 나가는 현상을 직시해야 한다. 이 강력한 밸류체인 내부로 파고들어 대체 불가능한 핵심 위치를 점유하거나, 독자적인 스마트 생태계의 틈새를 정밀 겨냥하는 전략 없이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미래 경쟁력 역시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김동영 (중국경영연구소 부소장 / 동국대 겸임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