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압구정 5구역 수주전…현대건설 “현대 권역 재창조” vs DL “아크로의 정점” 격돌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2.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428010008740

글자크기

닫기

김다빈 기자

승인 : 2026. 05. 05. 15:42

현대건설, ‘2·3·5 권역’ 통합 기반…“압구정 현대 생활권” 제시
DL이앤씨, ‘아크로 압구정 제안’…“완성형 하이엔드”로 승부수
오는 30일 결정…“금융 조건·안정성, 표심 가를 포인트”
이미지
현대건설이 제안한 서울 강남구 압구정 5구역 재건축 '압구정 현대 갤러리아' 투시도./현대건설
서울 강남 재건축의 상징인 압구정5구역 시공권을 둘러싼 수주전이 건설사 간 조건 경쟁을 넘어 주거 가치의 방향성을 둘러싼 도시개발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다.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입찰에 나선 현대건설과 DL이앤씨는 각각 글로벌 설계사 협업과 금융 지원 패키지를 전면에 내세우며 조합원 표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다만 두 건설사가 제시하는 사업지에 대한 핵심 가치 및 접근 방식은 뚜렷하게 엇갈린다는 분석이다. 현대건설이 이미 수주한 인접 구역과의 연계를 통한 '권역 재창조'를 앞세운 반면, DL이앤씨는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의 정점 구현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에 시장 일각에서는 이번 수주전의 향방이 단순한 상품성 경쟁을 넘어, 조합원들이 중시하는 주거 가치의 우선순위에 좌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압구정5구역은 강남구 압구정동 490번지 일대 한양 1·2차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사업으로, 최고 69층·8개 동·총 1401가구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 총공사비는 약 1조5000억원 수준이다. 조합은 오는 30일 총회를 열고 시공사를 최종 선정할 계획이다.

한강변 최고 입지를 배경으로 업계에서는 이 단지가 공동주택 역대 최고 분양가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은 사업지로 평가하고 있다. 사업 규모만 놓고 보면 공사비 약 7조원이 투입되는 압구정3구역보다 작지만, 양사가 사실상 '총력전'을 선언하며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만큼 경쟁의 밀도는 오히려 더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시공권이 단순한 개별 사업을 넘어 압구정 전역 재건축 주도권과 서울 하이엔드 주거 시장 판도를 가를 분기점으로 여겨지는 배경이다.

이에 현대건설과 DL이앤씨는 보유한 시공 역량을 비롯해 네트워크, 도시개발 구현 능력까지 총망라한 제안을 내놓고 있다. 우선 현대건설의 전략은 압구정5구역을 독립된 단지로 보지 않는 데서 출발한다는 평가다. 이미 압구정2구역 시공사이자 3구역 우선협상대상자인 만큼, 5구역은 '압구정 현대 도시 벨트'를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이라는 판단인 셈이다. 제안 단지명인 '압구정 현대 갤러리아' 역시 이러한 구상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기존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 대신 '압구정 현대'라는 지역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우고, 여기에 한화의 유통·라이프스타일 자산인 '갤러리아'를 결합한 점이 특징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현대건설은 한화 건설부문과 복합개발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갤러리아백화점과 압구정로데오역을 연결하는 통합 동선 설계, 호텔급 컨시어지 서비스, 프리미엄 식음(F&B) 운영 지원 등이 핵심 내용이다. 단순 주거 단지를 넘어 상업·문화·교통 기능이 결합한 복합 생활권을 구현하겠다는 구상이다.

권역 통합 전략의 핵심 인프라는 압구정 2·3·5구역을 연결하는 입주민 전용 수요응답형 교통(DRT) 시스템이다. 정해진 노선 없이 실시간 수요에 따라 경로가 조정되는 이 교통수단을 통해 약 1만 가구 규모의 '압구정 현대' 생활권을 하나의 이동 체계로 묶겠다는 계획이다. 단지 내부에서 일상이 완결되는 도시형 주거 모델을 구현하겠다는 것이 현대건설의 청사진이다.

반면 DL이앤씨는 '아크로 브랜드 완성형' 전략을 전면에 내세운다. 서울 하이엔드 주거 시장에서 축적해 온 아크로의 브랜드 자산을 압구정5구역에서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아크로 압구정'이라는 단지명 역시 브랜드 자체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글로벌 협업 체계도 차별화 포인트다. 초고층 설계 분야 세계 최상위 기업으로 평가받는 영국 에이럽, 골조 시공 자동화 분야 강자인 오스트리아 도카, 글로벌 엔지니어링 기업 아르카디스가 참여하는 삼각 협업 구조를 구축했다. 특히 에이럽의 AI 기반 생성형 설계 프로그램 '오바바쿠스'를 국내 주거 프로젝트 최초로 적용해 구조 및 평면 최적화를 꾀한다는 계획이다.

시공 단계에서는 자체 개발한 데이터 기반 실시간 품질관리 시스템을 도카의 초정밀 자동 계측 기술과 결합해 공사 속도와 품질을 동시에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설계부터 시공까지 전 과정에서 기술 경쟁력을 극대화하겠다는 접근이다.

사업 조건 측면에서는 '확정성'을 핵심 키워드로 내세웠다. DL이앤씨는 3.3㎡당 공사비를 1139만원으로 확정 제안하고, 물가 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액 부담을 조합에 전가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이주비 LTV 150%, 공사 기간 57개월, 분담금 납부 최대 7년 유예 등 금융·사업 조건 역시 공격적으로 설정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화려한 제안 경쟁 이면에 자리 잡은 현실 변수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금리 기조와 대출 규제 강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일반분양 물량이 제한적인 압구정5구역의 사업성은 조합원 입장에서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두 건설사가 금융 지원 조건을 경쟁적으로 강화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는 해석이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압구정5구역 조합원들은 다른 사업지보다 눈높이가 높은 만큼 브랜드나 설계만으로 표심을 움직이기 쉽지 않다"며 "금리 환경이 불안정한 현시점에서는 확정 공사비, 이주비 조건, 사업 일정의 예측 가능성과 같은 재무적 요소가 주요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지
DL이앤씨가 제안한 서울 강남구 압구정 5구역 재건축 '압구정 아크로' 투시도./DL이앤씨
김다빈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