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점유율 1위인 중국 전기차업체 비야디(BYD)가 2026년 방콕국제모터쇼에서 전시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란 전쟁 여파로 휘발유 가격과 원유 공급 불안이 커지면서 세계 자동차 시장의 중심축이 다시 전기차(EV)로 기울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19일 동남아와 유럽에서 EV 판매가 빠르게 늘고 있으며, 주행 과정에서 화석연료를 쓰지 않는 EV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로이터에 따르면 3월 글로벌 EV 판매는 170만대를 넘어섰고, 유럽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37% 증가한 약 54만대로 월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휘발유 가격 급등이 소비자 선택을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가장 큰 수혜자는 중국 업체들이다. 요미우리는 태국 방콕 모터쇼에서 주문의 70%가 전기차였고, BYD가 전체의 13%를 차지해 도요타를 제치고 선두에 섰다고 전했다. 중국의 3월 신에너지차 수출도 37만1000대로 1년 전의 2배를 넘었다. 중국 업체들은 애초부터 EV 중심으로 생산과 수출 체계를 짜 왔기 때문에, 유가 급등과 원유 불안이 커질수록 오히려 시장 확대의 기회로 삼고 있다. 다시 말해 지금의 국면은 단순한 판매 증가가 아니라, 중국차에 최적화된 판이 열리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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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모터쇼에 전시된 일본의 도요타 차량/사진=연합뉴스
반대로 일본차에는 역풍이 불고 있다. 요미우리가 지적한 핵심은 일본 업체들이 강점을 가진 하이브리드차(HV)가 지금 세계시장이 요구하는 방향과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가가 오를수록 소비자는 연비가 좋은 차를 찾는 데서 더 나아가, 아예 휘발유를 쓰지 않는 차로 눈을 돌리고 있다. 유럽과 동남아에서 EV 판매가 회복세를 넘어 급증세를 보이는 것은 그 흐름을 보여준다. 일본 업체들이 하이브리드의 경제성을 앞세워 버티고 있지만, 시장이 '덜 쓰는 차'가 아니라 '안 쓰는 차'로 옮겨가면 일본차의 기존 우위는 빠르게 약해질 수 있다.
한국도 이 구도 밖에 있지 않다. 한국차는 일본처럼 하이브리드 비중이 높은 것도 아니고, 중국처럼 전기차에 완전히 최적화된 구조도 아니다. 그래서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자동차전문가들은 유럽과 동남아 수출시장에서 전기차 수요가 본격적으로 살아날 경우, 한국 업체가 전기차 경쟁력을 확실히 보여주면 일본차의 빈틈을 파고들 수 있지만, 반대로 전기차 전환 속도가 기대에 못 미치면 중국차와의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 통계상 한국의 3월 자동차 수출은 아직 큰 폭으로 꺾이지 않았지만, 앞으로의 승부는 하이브리드 판매가 아니라 EV 시장에서 얼마나 존재감을 키우느냐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결국 이번 이란 전쟁은 자동차 시장에서 에너지 비용의 문제를 다시 전기차 쪽으로 밀어 올리고 있다. 중국은 이미 그 판에 올라타 있고, 일본은 기존 하이브리드 전략이 흔들리고 있다. 한국차가 수출시장에서 기회를 잡으려면, "전기차 전환이 다시 빨라지는 국면"을 정확히 읽고 유럽과 동남아에서 EV 경쟁력을 증명해야 한다. 지금 시장의 핵심은 연비 경쟁이 아니라, 누가 유가 불안 시대의 표준차를 먼저 차지하느냐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