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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비중증 발달장애’ 지원 축소 추진…복지 사각지대 우려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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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원 시드니 통신원

승인 : 2026. 04. 12. 16:07

정부, 연 52조원 넘는 예산 부담 감축 추진
신규 프로그램 '스라이빙 키즈' 수준 제한적
전문가들, 장애 수준 명확히 분류 불가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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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멜버른의 왕립 식물원에서 시민들이 여가를 보내고 있다. 기사 내용과 무관./EPA 연합
호주 정부가 국가장애보험제도(NDIS)에 투입되는 비용에 따른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새로운 지원 체계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지원이 필요한 아동이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호주 ABC 뉴스는 12일 호주 정부의 장애 아동 지원 제도 개편안을 두고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부는 이번 회계연도(2025년 7월 1일~2026년 6월 30일)에 NDIS에 소요되는 비용이 500억 호주달러(약 52조6000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이를 절감하기 위해 해당 제도 적용 대상을 대폭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계획은 중증·장기 발달장애아가 아닌 경증·초기 발달장애아를 기존 NDIS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이들에게는 신규 아동 발달 지원 프로그램 '스라이빙 키즈(Thriving Kids)'를 제공한다.

2028년 1월 전면 시행을 목표로 올해 10월 1단계가 도입되는 이 프로그램은 40억 호주달러(약 4조2048억원) 규모의 연방 정부 사업으로, NDIS에 비해 지원 수준이 제한적이다.

대상은 9세 미만 경증·중등도 발달장애 또는 자폐 아동이다. 개별 맞춤형 지원이 되는 NDIS와 달리 온라인 교육이나 지역사회·학교를 통한 기초 서비스가 제공된다.

8세와 5세의 발달장애·자폐 남아를 두고 있는 호주 시민 앨리스 트랜은 이번 개편 소식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그의 두 아들은 NDIS로 심리·언어 치료를 받으며 감정 조절과 자립 능력이 향상됐으나 '스라이빙 키즈'가 시행되면 중등도 발달장애로 분류돼 NDIS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

트랜은 "아이들이 서류상으로는 중등도지만 신발 끈을 묶거나 단추를 채우는 일조차 도움을 받아야 할 수 있고 감정 폭발을 막기 위해 24시간 밀착 돌봄이 필수적"이라며 "세상의 모든 자극에 취약한 아이들을 단순히 중등도로 치부하는 것은 현장의 실상을 외면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정부는 부모 교육 과정을 대안으로 제시하지만 이미 많은 부모가 번아웃 직전의 상태"라며 "부모는 전문가가 아니라 그저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사람일 뿐이다. 아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맞춤형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일률적인 분류 방식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호주 키즈 연구소의 데이비드 트렘배스 교수는 "아동의 지원 필요성을 저·중·고 수준으로 명확히 선을 긋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통제된 가정 환경에서는 상태가 좋아 보일 수 있지만 놀이터나 지역사회 등 변수가 많은 환경에서는 지원 필요성이 급격히 커진다"며 "조기에 적절한 개별 지원을 받지 못한 아이들은 결국 상태가 악화돼 향후 NDIS 예산에 더 큰 부담을 주는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폐 권익 옹호 활동가인 클레어 기벨리니는 '마스킹(사회 적응을 위해 장애를 숨기는 행위)' 문제를 제기했다. 기벨리니는 "낯선 평가자 앞에서 아이들이 극도로 긴장하며 장애 특성을 숨기려 할 경우 평가자가 실제 지원 필요성을 과소평가할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마크 버틀러 NDIS 장관은 구체적인 평가 방식이나 중등도 아동 처우에 대한 우려에 대한 확답을 피했다. 정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연방 및 주 정부가 현재 세부적인 서비스 설계와 인력 확보 방안을 마무리하는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이대원 시드니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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