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노란봉투법 한 달, 원청 사용자성 인정 잇따라…‘진짜 사장’ 가리기 본격화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2.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409010002909

글자크기

닫기

세종 김남형 기자

승인 : 2026. 04. 09. 17:50

하청노조 987곳, 원청 368곳에 교섭 요구…지노위 사건 278건 접수
공공기관·사립대·포스코·인천공항·국세청까지 사용자성 판단 확산
공고·시정신청·교섭단위 분리 절차 본격화…원청 책임 범위 재편 주목
민주노총 공공연대노조 소속 국가기관 공무직 노동자들이 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기획예산처에 원청 교섭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란봉투법 시행 한 달 만에 하청노조의 원청 교섭 요구가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교섭요구 공고와 시정신청, 교섭단위 분리 등 후속 절차가 본격화하고 있다. 다만 노사가 곧바로 교섭에 들어가기보다 원청이 하청노동자의 근로조건에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력을 행사하는 사용자에 해당하는지를 가리는 판단이 이어지고 있다.

9일 고용노동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10일부터 4월 7일까지 987개 하청 노조·지부·지회 소속 14만4805명이 368개 원청 사업장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했다. 부문별로 보면 민간은 608개 노조가 215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공공부문은 379개 노조가 153개 원청을 상대로 교섭 요구에 나섰다.

교섭 요구가 곧바로 본교섭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원청은 우선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해야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노조는 노동위원회에 시정을 신청할 수 있다. 복수 노조가 얽힌 사업장에서는 어느 노조가 어떤 단위로 절차를 진행할지 정하는 교섭단위 분리 문제도 뒤따른다.

실제 공고 단계로 들어간 사업장은 많지 않다. 현재까지 교섭 요구를 공고한 원청 사업장은 31곳에 그쳤다. 이에 따라 분쟁은 노동위원회로 빠르게 몰리고 있다. 7일까지 전국 지방노동위원회에 접수된 노란봉투법 관련 사건은 모두 278건이다. 이 가운데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에 대한 시정신청이 163건, 교섭단위 분리 결정 신청이 115건이었다. 노동부가 운영하는 단체교섭 판단지원위원회에도 65건(지난달 30일 기준)의 질의가 접수됐다.

첫 사용자성 인정은 공공부문에서 나왔다.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공공기관 4곳을 상대로 제기된 교섭요구 공고 시정신청 사건에서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노동위는 용역계약서와 과업내용서를 근거로 각 기관이 하청 근로자들의 안전관리와 인력 배치 등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경북지방노동위원회도 한국산업단지공단의 자회사 소속 하청 노조에 대한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사용자성 인정은 민간 영역으로도 빠르게 확산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성공회대와 인덕대 사건에서 하청노조의 손을 들어줬고, 8일에는 경북지방노동위원회가 포스코에 대해 산업안전 관련 의제에서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포스코 사건에서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교섭단위 분리 결정도 내려졌다. 앞서 포스코는 한국노총 소속 하청노동자들의 교섭요구에 응한 상태였는데, 이번 결정으로 민주노총 소속 하청노조 2곳과도 각각 교섭 절차를 밟게 됐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사건도 같은 흐름을 보여줬다. 인천지방노동위원회는 시설·장비와 안전관리 체계를 실질적으로 통제한다는 점을 근거로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7개 하청노조를 상급단체별로 3개 교섭단위로 나누도록 했다.

노동부도 국세청 위탁 콜센터 사건에서 작업환경 및 감정노동자 보호조치 개선 의제와 관련해 국세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정부기관이 위탁업무 노동자에 대해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본 첫 판단으로, 사용자성 인정 논의가 공공기관을 넘어 정부 위탁업무 영역으로 넓어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

김덕호 성균관대 교수는 "하청노동자들이 자신의 근로조건을 원청이 쥐고 있다고 보는 만큼 원청을 향한 요구는 커질 수밖에 없다"며 "최근 판정은 그런 흐름이 본격화하는 출발점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남형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