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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 직전이었다”…이란전쟁 휴전 극적으로 성사시킨 파키스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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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6. 04. 09. 12:05

트럼프 대통령 최후통첩 시한 90분 남기고 전격 휴전 발표… 이란도 "파키스탄 요청 수용" 확인
협상 직전 위기 고조…파키스탄 밤샘 설득 끝에 극적 타결
11일 파키스탄서 양국 대표단 공식 협상 돌입
PAKISTAN CEASEFIRE <YONHAP NO-5547> (EPA)
8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카라치에서 한 남성이 미국·이스라엘·이란 분쟁과 관련해 파키스탄이 중재한 휴전 소식을 전한 신문을 읽고 있다/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이란 '초토화' 데드라인을 불과 90분 남겨두고 극적인 2주간의 휴전이 성사된 가운데, 벼랑 끝에 몰렸던 협상 테이블을 살려낸 일등 공신은 파키스탄의 물밑 셔틀 외교였다고 로이터통신과 알자지라 등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가 협상 경위를 직접 아는 파키스탄 소식통 4명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파키스탄 관리들은 트럼프 대통령·밴스 부통령·위트코프 특사는 물론 이란의 아라크치 외교장관과 혁명수비대 고위 사령관 아흐마드 바히디에게까지 직접 연락하며 밤새 셔틀 외교를 벌였다. 한 소식통은 "숨 가쁜 몇 시간" 동안 "협상이 파국 직전이었다"고 전했다.

◇ 이란 사우디 공습에 협상 결렬 위기…양면 외교로 돌파
결정적 위기는 이란이 사우디 주바일의 석유화학단지를 공습하면서 찾아왔다. 이란은 이스라엘이 먼저 이란 석유화학시설을 공격한 데 대한 보복이라고 해명했지만, 사우디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파키스탄은 상호방위협정을 맺은 사우디에 대한 공격에 "역대 가장 강한 분노"를 이란에 전달하는 동시에, 미국에는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을 자제시켜달라고 요구하는 양면 외교를 펼쳤다.

이스라엘은 이란을 군사적으로 더 약화시킬 수 있다고 보고 휴전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궁극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따르기로 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파키스탄이 미국으로부터 이스라엘 자제 보장을 받아낸 뒤에야 이란은 전제조건 없는 임시 휴전에 동의했다. 소식통은 "이란은 사우디 공습으로 협상 테이블에서 입지가 좁아진 데다, 트럼프 대통령의 시한이 연장되지 않으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가장 어려웠던 것은 이란을 무조건 휴전으로 설득하는 것이었다. 세 번째 소식통은 "이란은 마지막 순간까지 자국의 요구 조건을 먼저 받아들여야 휴전에 응하겠다며 버텼다"며 "우리는 요구사항은 협상에서 다룰 수 있다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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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13일(현지시각)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린 가자 평화정상회의에서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오른쪽)가 연설하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로이터 연합뉴스
◇ 키신저 비밀 방중 이후 최대 외교 성과
파키스탄의 중재 역할은 2월 28일 전쟁 발발 직후부터 시작됐다. 이샤크 다르 외교장관 겸 부총리는 개전 당일 사우디에서 이슬람협력기구(OIC) 회의에 참석 중이었고, 수시간 내에 아라크치 이란 외교장관에게 연대를 표명했다. 3월 3일에는 상원에서 "파키스탄은 이슬라마바드에서 미국과 이란 간 대화를 중재할 준비가 돼 있다"고 공식 선언했다.

이후 외교는 빠르게 다층화됐다. 3월 12일 샤리프 총리와 무니르 육군 원수가 사우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나 연대를 표명하면서도 이란에 대한 자제를 촉구했다. 3월 29일에는 파키스탄·사우디·튀르키예·이집트 외교장관 4자 회의가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렸다. 다르 외교장관은 이어 베이징으로 건너가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휴전·조기 대화·민간인 보호·해협 통항 회복·유엔 역할 확대를 골자로 한 5개 항 구상을 정리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8일 "중국이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밀어붙이는 데 역할을 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미국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 제한과 탄도미사일 통제·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등을 담은 15개 항을 제시했다. 이란은 적대행위 중단과 제재 해제·전쟁 배상·해협 주권 인정·역내 미군 철수 등 10개 항으로 맞받았다. 알자지라는 양측의 제안이 모두 파키스탄을 경유했다는 점에서 "파키스탄의 중심적 역할을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파키스탄의 콰이디아잠대 이슈티아크 아흐마드 명예교수는 알자지라에 "파키스탄이 진행 중인 군사적 격화 속에서 적대적인 두 세력 사이의 분쟁을 동시에 중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평가했다. 1971년 미국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의 비밀 방중을 파키스탄이 주선했을 때는 수년간 역할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미국과 이란 양쪽으로부터 즉각적인 인정을 받았다.

◇ 무니르-트럼프 채널이 관건
중재에 나선 파키스탄의 중심에는 아심 무니르 육군 참모총장이 있었다. 무니르 총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는 지난해 초 파키스탄이 2021년 카불 애비게이트 폭탄테러 용의자를 체포하면서 시작됐다.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적으로 굳어진 것은 지난해 5월 인도·파키스탄 단기 충돌 때다. 트럼프 대통령이 휴전 중재를 자처했고, 파키스탄이 이를 인정하면서 백악관과의 직통 채널이 열렸다. 이후 무니르 총장은 워싱턴을 두 차례 방문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전례 없이 무니르 총장을 백악관 오찬에 초대하며 "파키스탄 사람들은 이란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말한 바 있다.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휴전을 발표하기 직전에도 무니르 총장과 통화 중이었다고 전했다. 샤리프 총리는 자정 무렵 양측에 휴전 준수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는데, 이는 양측이 이미 원칙적으로 합의한 뒤 이를 공식화하기 위한 조율된 행보였다.

◇ 12일 이슬라마바드 협상 개시…핵심 쟁점 산적
트럼프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샤리프 총리·무니르 총장과의 대화에 기반해" 2주간의 휴전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아라크치 이란 외교장관도 X(엑스·옛 트위터)에 "샤리프 총리와 무니르 원수의 헌신적 노력에 감사한다"며 "총리의 요청에 응해 휴전을 수용했다"고 확인했다.

다만 휴전과 관련한 양측의 해석은 이미 엇갈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 통항을 허용할 것이라고 주장한 반면, 아라크치 장관은 해협 통과가 이란군의 관할 하에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레바논 포함 여부에 대해서도 샤리프 총리는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곳에서 즉각 발효"라고 밝혔으나 네타냐후 총리실은 레바논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8일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으로 수십 명이 사망했다.

협상은 오는 11일 이슬라마바드에서 시작될 예정이다. 미국 대표단은 밴스 부통령이 이끌고 위트코프 특사와 재러드 쿠슈너도 참여한다. 이란 대표단은 아라크치 외교장관과 칼리바프 국회의장이 이끈다. 백악관의 캐럴라인 레빗 대변인은 이란이 농축 우라늄 재고를 인도할 의향을 시사했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8일 TV 연설에서 "아직 모든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며 "이스라엘의 손가락은 방아쇠 위에 있다"고 경고했다.

휴전이 발표되자 유가는 16% 급락했고, 5주 만에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이 예고됐다. 그러나 핵 프로그램·탄도미사일·해협 주권·제재 해제 등 핵심 쟁점이 산적해 있어 협상의 앞길은 험난할 전망이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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