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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멘, ‘1000엔의 벽’ 넘었다… 대기업 새 황금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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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재 도쿄 특파원

승인 : 2026. 04. 06. 12:13

밀값 안정 원가 적고 토핑가격인상 쉬워… 요시노야·마츠야 등 외식체인, 대거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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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라멘/연합뉴스
일본 외식업계에서는 최근 "라멘이 새로운 황금사업"이라는 말이 나온다. 한때 700~800엔이던 한 그릇의 가격이 도시 지역에서는 1000엔을 넘어섰다. 쌀값이 오르는 동안 라멘의 주재료인 밀값은 비교적 안정돼 원가 부담이 적다.

또 고기나 달걀 같은 토핑을 더해도 소비자 저항이 크지 않아 가격을 조정하기 쉬운 구조다. 이 때문에 소규모 개인점 중심이던 라멘 시장이 대기업 체인의 무대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요시노야홀딩스(HD)는 이 변화의 선두주자다. 7년 전 이시카와현 기반 라멘점 '신센'을 인수한 데 이어 도쿄의 '세타가야' 등을 포함해 5개 라멘 브랜드를 흡수했다. 현재 국내외 125개 점포(2026년 2월 말 기준)를 운영 중이며, 2029년까지 500개 점포·매출 400억엔을 목표로 내걸었다. 회사 관계자는 "규동점과 규모가 비슷해 인력과 운영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어 효율성이 높다"고 설명한다.

마츠야푸즈HD도 올해 1월 츠케멘 브랜드 '롯카샤', '사스즈'를 운영하는 회사를 잇달아 인수했다. 지난해 7월에는 '마츠타로'라는 신업태를 선보이며 라멘사업 확대를 본격화했다. 현재 약 130개 라멘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체인 내 새로운 수익축으로 키우고 있다.

'전설의 스타덮밥집'을 운영하는 앤트웍스 역시 지난해 수도권에 '전설의 고기소바야'를 출점했다. 덮밥보다 100~150엔 낮은 단가로 시작했지만 "재료 원가가 안정적이고 이익률이 높다"며 "라멘을 주력 브랜드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쌀값 급등으로 규동 지고, 밀값 안정으로 라멘 뜨고

대기업들이 라멘사업에 몰리는 배경에는 원재료 흐름의 차이가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쌀값이 급등한 반면, 밀 국제가격은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이어가고 있다. '디플레이션의 상징'으로 불렸던 규동은 원가 상승 시 대폭 인상이 어려운 구조지만, 라멘은 토핑 구성으로 가격 조정이 용이해 소비자 저항이 적다. 요시노야HD는 "라멘은 원가 변동을 소비자 가격에 쉽게 반영할 수 있는 유리한 업종"이라고 평가한다.

제국데이터뱅크에 따르면 일본의 라멘시장 규모는 2024년도 7,900억엔으로, 10년간 약 1.5배 성장했다. 여전히 개인점·중소 체인이 주류지만, 대기업 체인의 확장 속도는 빠르다. 시장조사업체 레코프데이터에 따르면 국내 라멘점 인수합병(M&A) 건수는 2025년에 21건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시장 재편이 본격화하는 단계다.

라멘을 글로벌 외식 브랜드로 키우려는 움직임도 오름세다. '야요이켄'을 운영하는 플레너스는 지난해 라멘 브랜드 'KAYAVA.'를 내세워 미국 시애틀에 진출, 현재 2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뉴욕보다 경쟁이 적은 지역을 택해 성장을 노리고 있으며, 도쿄 치요다구에 'KAYAVA.총본점'을 설치해 해외 운영 노하우와 인재 육성을 진행 중이다. 관계자는 "시애틀을 중심으로 북미 전개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제1라이프자산운용경제연구소 구마노 히데요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라멘 한 그릇의 심리적 가격 상한인 '1000엔 벽'이 무너진 뒤, 안정된 조달망과 비용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이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인수·출점을 통한 시장 재편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영재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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