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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수신만 몰리고 정기예금 이탈… 은행권, 대출 재원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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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강훈 기자

승인 : 2026. 04. 05. 17:35

5대 은행 요구불예금 한달새 15조 급증
IMA 등 대체 투자처 부상도 불안 요인
건전성 규제 부담에 대출 활용 어려워
안전자산 운용 늘어 수익성 개선 제한

지난달 조달비용이 사실상 제로(0)에 가까운 저원가성 예금이 대거 유입됐지만, 정작 자금을 운용하는 주요 시중은행들의 표정은 어둡다. 변동성이 큰 시장 상황을 관망하기 위한 대기성 자금이 요구불예금으로 편입됐다는 점에서 언제든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은행의 든든한 곳간 역할을 하던 정기예금에서는 증권사의 종합투자계좌(IMA) 등 대체 투자처가 부상하면서 자금이 대거 이탈하고 있다. 은행의 수신 구조가 급격히 단기화되고 있는 것이다.

단기성 수신은 은행의 대출 재원으로 활용하기에 한계가 분명하다. 오히려 커진 유동성 규제 부담으로 인해 수익률이 낮은 안전자산에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점에서 조달비용 감소에도 불구하고 실제 수익성은 저하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 3월 말 기준 요구불예금 잔액 합계는 699조9081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684조8604억 원) 대비 15조477억원 증가한 수치다.

반면 은행의 핵심 조달 기반 중 하나인 정기예금 잔액은 같은 기간 937조4565억원으로 9조4332억원 급감했다.

요구불예금은 금리가 0.1% 안팎에 불과해 은행 입장에선 조달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효자 상품이다. 이론적으로 저원가성 예금 비중이 확대되면 은행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문제는 정기예금의 이탈이다. 최근 초대형 증권사들이 본격적으로 선보인 IMA의 영향으로 은행 정기예금의 투자 매력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IMA는 증권사가 고객 예탁금을 기업어음(CP)이나 회사채 등에 투자하고 그 수익을 고객과 함께 나누는 상품이다. 원금이 보장되면서도 정기예금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한다. 실제 증권사 IMA의 제공 금리는 4%대인 반면 5대 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최대 2.9%대로 1%포인트가 넘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안정을 중시하는 투자 성향의 고객에게 금리 차이는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장기 수신은 줄고 단기 수신이 늘어나는 상황은 은행의 자금 운용 난도를 높이게 된다. 단기 수신의 경우 언제든 이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은행의 주 수익원인 대출 재원으로 활용하기 어렵다. 특히 지난달 요구불예금의 증가는 그동안 호황이던 국내 주식시장이 중동 상황이라는 변수를 맞은 영향이 크다. 즉 주식시장 흐름에 따라 언제든 자금 이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로, 낮은 조달비용으로 확보한 자금을 은행이 운용하는 데 한계가 분명하다.

여기에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등 금융당국의 건전성 규제 압박도 은행의 운용 부담을 짓누르고 있다. LCR은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등 극단적인 위기 상황에서 은행이 외부 지원 없이 자체적으로 30일간 버틸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언제든 고객이 빼갈 수 있는 변동성 높은 예금이 수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날수록, 은행은 이에 대비해 현금이나 단기 국공채, 한국은행 지급준비금 등 즉각 현금화할 수 있는 고유동성 자산(HQLA)을 그만큼 더 많이 확보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저원가성 예금을 예대마진 차가 큰 대출 등의 재원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수익률이 낮은 안전자산 투자에 써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기대되는 NIM 개선 효과보다 실질적인 은행의 수익성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신 자금의 단기화는 장기 대출 재원 활용 불가와 LCR 관리를 위한 고유동성 자산 확대로 이어진다"며 "이로 인해 NIM 개선 기대에도 불구하고, 실제 수익성에는 긍정적 효과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손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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