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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에너지안보시대, 에너지전환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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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4. 02. 18:00

박민혁 호서대학교 국제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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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혁 호서대학교 국제학과 초빙교수
2026년 2월 미·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중동 전쟁은 전 세계 에너지 시장에 유례없는 충격을 던지고 있다. 세계 원유 해상 교역량의 27% LNG 거래량의 20%가 통과하는 지정학적 혈맥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원유와 가스를 100%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는 국가 안보 위기에 직면했다. 이번 사태는 우리 에너지 구조의 치명적인 민낯을 여실히 드러냈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7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중 약 64%가 호르무즈라는 단 하나의 좁은 수로에 묶여 있다. 해협 봉쇄 시 사우디의 IPSA나 UAE의 푸자이라 파이프라인 등 우회 경로를 모두 동원해도 대체 가능한 물량은 기존 물동량의 25%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2008년 고유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이번 이란 위기는 서로 다른 사건처럼 보이지만 한 가지 공통된 교훈을 남긴다. 특정 연료와 특정 공급망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결국 국가 경제 전체의 취약성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이며, 이는 에너지안보가 부각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에너지안보는 에너지를 적정한 가격으로 중단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비축유의 많고 적음만으로 설명할 수 없고, 외부 충격이 닥쳐도 산업과 가계가 버틸 수 있는 시스템의 복원력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확장돼야 한다. 즉, 에너지안보는 에너지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국내에서 생산·저장·관리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중장기 대안은 화석연료 의존을 줄이고 신속한 전기화에 추진으로 집중되고 있다. 전기는 무탄소 전원을 통해 국내 에너지 생산 기반을 넓힐 수 있고, 에너지저장장치(ESS)로 변동성을 보완할 수 있으며 가상발전소(VPP)와 인공지능(AI) 기반 수요관리로 수급 조정 능력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는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전기화는 흔히 생각하듯 재생에너지 설비만 늘린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재생에너지가 가진 간헐성과 공급망의 특정 국가 집중 현상은 즉각적인 수급 위기 상황에서 명확한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려면 원자력의 안정적 활용, 송전선로와 배전망 확충, ESS와 VPP 투자, AI 기반 수요관리까지 함께 검토돼야 한다.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를 높게 제시하면서 계통 비용, 저장 비용, 보조서비스 비용, 송전망 건설 비용 등 시스템 비용을 외면한다면 그 정책은 실행력을 얻기 어렵다. 물론 반대로 특정 전원 하나만으로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도 현실적이지는 않다. 지금 우리가 힘을 모아 대응해야 할 것은 특정 전원을 둘러싼 진영 논리가 아니라 국내에서 생산 가능한 저탄소 전원을 최대한 결합해 안정적인 에너지 시스템을 만들어 가는 일이다.

단기적으로 화석연료의 무조건적 연장이 아니라 효율적 퇴출과 전략적 관리를 병행하는 대안도 필요하다고 본다. 에너지 전환기에는 화석연료와 원전을 전략적 예비 자산으로 활용하는 보수적인 에너지 믹스가 필수적이다. 원전의 안정적 활용, 기존 화력의 제한적 예비전원 기능, 비축 확대, 연료 조달 다변화, 수요반응 강화 같은 수단은 전환을 늦추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전환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충격 흡수 장치여야 한다. 단기 안정이 무너지면 중장기 전환도 추진력을 잃는다. 이러한 측면에서 정부가 최근 원전 재가동을 서두르고 석탄발전 상한제약을 해제한 것은 위기 상황에서 전력 계통의 복원력을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탄소중립이라는 명분에 갇혀 기존 발전원을 성급히 퇴출하기보다 위기 시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체계를 유지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에너지안보 정책이다.

안정적 에너지 시스템 구축에 앞서 짚어야 할 문제가 비용의 소비자 부담이다. 에너지 요금이 합리적이지 못하면 소비자는 에너지의 실제 비용과 희소성을 체감하기 어렵다. 가격 신호가 왜곡되면 절약 유인은 약해지고 효율 투자도 늦어진다. 값싼 에너지는 잠시의 편익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과소비와 비효율 더 큰 재정 부담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따라서 에너지안보와 에너지전환을 추진하려면 에너지요금의 합리적 정상화도 고려되어야 한다. 다만 그것은 일률적 합리화가 아니라 형평성 측면에서 취약계층 보호와 산업 경쟁력 단계적 조정 원칙 아래 설계돼야 한다. 2024년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에 따르면 선진국 소득 하위 10% 가구는 소득의 약 22%를 에너지 비용으로 지출하는 반면 상위 10% 가구는 약 5%만 지출한다. 같은 에너지 가격 조정도 누구에게는 감내 가능한 부담이지만 누구에게는 생계의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부담의 현실화와 취약계층 보호는 함께 가야 한다. 저소득층의 고효율 가전 교체 지원, 건물 단열 보조, 대중교통 지원, 초기 투자비 완화 같은 정교한 보완책이 필요하다. 비용을 숨기는 정책보다 비용을 드러내되 사회적으로 공정하게 나누는 정책이 필요하다.

위기는 반복된다. 이란 위기는 세상에 공짜 안보는 없다는 사실을 체감시키며 우리 에게 묻고 있다. 앞으로도 불안한 해외 연료에 기대어 위기 때마다 흔들릴 것인가? 아니면 체계를 전환해 안보를 강화할 것인가? 우리는 위기가 던진 이번 경고를 임시방편의 정책 반복이 아니라 에너지 구조 전환의 계기로 삼아야만 한다. 단기적으로 충격을 흡수하고 중장기적으로 화석연료 의존을 줄이며 구체적으로 전기화를 실현해야 한다. 정책과 무관한 이념적 논쟁과 정치적 프레임에서 벗어나 현실적이고 강건한 에너지 안보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국가의 지속가능성을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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