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직면한 '방기와 연루' 딜레마
전략적 사고와 복잡한 셈법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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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이란 지도부가 직면한 딜레마도 만만치 않다. 네타냐후는 내친김에 이란을 재기불능 상태로 만들어 위협원을 제거함과 동시에 자신의 사법적 문제를 해소하고 정치적 입지도 굳히고 싶겠지만, 이란은 이스라엘의 9배 인구와 75배 크기의 국토를 가진 중동의 강자다. 게다가 헤즈볼라와 후티 반군도 제압해야 한다. 이란도 경제 파탄과 내부 분열을 겪고 있다. 신정정치의 '무오류성'이 치명상을 입은 상태에서 혁명수비대(IRGC) 세력이 온건파를 제압한 상태에서 전쟁을 수행하고 있으나, 내부 불만이 간단하지 않고 경제도 파탄 상태인 데다 '호르무즈 해협 폐쇄'라는 자해(自害) 작전이 경제난을 가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과 이스라엘은 줄어드는 탄약과 미사일 재고에 가슴을 졸이면서 전쟁을 지속하고 있다.
이란 전쟁에 대해 '무관한 방관자'가 될 나라는 거의 없다. 많은 나라가 중동 석유에 의존하는 중에 원유 물동량의 상당량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과 바브엘만데브 해협이 이 지역에 있어 이 전쟁이 이미 세계 경제를 흔들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한국은 가장 취약한 이해 당사국이다. 한국 경제는 세계에서 무역 의존도가 가장 높고, 수입 원유의 70% 그리고 수입 LNG의 30%가 중동에서 오며, 전부가 이 두 해협을 통과한다. 전쟁 장기화로 이 해로가 막히면 한국 경제는 하루아침에 파탄의 위기를 맞을 수 있다.
더 큰 그림에서 본다면, 한국이 직면한 것은 '방기와 연루(abandonment and entrapment)' 딜레마다. 1997년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스나이더(Glenn Snyder) 교수가 자신의 저서 '동맹정치(Alliance)'에서 동맹 내에서의 갈등요인으로 설명한 내용이다. 즉, 동맹국은 안보위기 시 상대국이 도와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방기의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런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상대국이 원하는 대로 외부에 개입해야 하지만, 그 경우 자국의 이익과 무관한 분쟁들에 끌려 들어가는 '연루의 공포'를 느끼게 된다. 즉, 동맹관계는 언제든 '방기의 공포'와 '연루의 공포' 사이에서 전략적 선택을 강요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들에 호르무즈 해협의 개방을 위한 참전을 요구하는 지금 나토(NATO) 동맹국들과 한·일은 바로 그 시점에 서 있다. 그래서 정부의 고심은 깊을 수밖에 없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한미동맹과 같이 강대국과 약소국 사이의 비대칭 동맹에서 생존을 위해 강대국의 억제력에 의존하는 약소국에는 '방기의 공포'가 '연루의 공포'보다 훨씬 더 크다는 사실이다. '연루'는 주로 불필요한 경제적 손실을 의미하지만 '방기'는 곧바로 망국을 의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베트남 파병(1964~1973)은 북한의 대남 군사도발이 극심했던 시기에 '방기'를 예방하기 위해 '연루'를 택한 것이었다. 한국은 5000명의 전사자를 기록하는 등 많은 인명 피해를 보았지만, 이 파병을 통해 한미동맹을 혈맹 수준으로 격상시키고 경제 성장과 군사력 현대화를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오늘날 한국의 위상은 과거와 다르고, 국제관계도 훨씬 더 다변화되어 있다. 한국은 중동 국가들과 밀접한 경제적 관계를 맺고 있어, 이란과의 적대관계를 무릅쓰고 전투병력을 파견하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방기' 위험성을 높이지 않기 위해서는 동맹 내에서의 기여도와 신뢰도를 높이는 우회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동맹의 의무와 개별 사안의 특수성을 분리하여 대응하는 외교도 필요하며, 인도적 지원 등 비군사적 기여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자강을 통해 동맹 의존도를 낮추는 것은 장기적인 정책이다. 물론 국내에는 '냉정한 방관'을 주문하는 목소리들도 있지만, 동맹의 중요성과 지금까지 미 해군이 세계 해양의 치안을 감당해 왔고 아시아와 유럽이 중동 석유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대한 동맹국들의 기약 없는 침묵은 말이 되지 않는다.
김태우 한국군사문제연구원 핵안보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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