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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트럼프의 이란 전쟁, ‘통제된 확전’은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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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3. 30. 18:22

김연호 조지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 부소장
김연호 조지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 부소장
이란 전쟁이 한 달을 넘으면서 미국 내에서도 이번 전쟁의 경제적 충격이 점점 커지고 있다. 미국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한 달 만에 갤런당 1달러가 올라 현재 4달러 선을 위협하고 있다. 휘발유 가격이 4달러를 돌파해 이른바 '정치적 위험지대(political danger zone)'에 진입할 경우 이란 전쟁의 그 어떠한 명분도 힘을 잃게 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내에서조차 정치적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전쟁 이전부터 이미 '생활 물가(affordability)' 문제로 공화당이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려 있던 상황에서 휘발유 가격을 잡지 못하면 11월 중간선거 패배는 피하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 내부에서 이미 이란 전쟁은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공약에 대한 배신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고, 트럼피즘을 미국 정치의 대안으로 인식하던 보수주의자들 사이에서 트럼피즘의 본질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란 전쟁 종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이미 지난 11일 지지자들 앞에서 승전 선언을 한 뒤, 이란을 군사적으로 계속 강하게 압박하면서 종전을 위한 외교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출구전략은 강한 비판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전쟁의 목표가 계속 바뀌고 있다. 골을 넣어야 하는 선수가 스스로 골대를 계속 옮기는 형국이다. 개전 초기 이란의 핵위협 제거와 정권 교체를 목표로 제시했지만 최근에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새로운 이란 핵협상 체결 등을 선결 과제로 거론하고 있다. 지난 25일 미 하원 군사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미 국방부 관계자들로부터 비공개 브리핑을 받았지만, 이란에서의 군사작전 범위와 방향에 대해 만족스러운 설명을 듣지 못했다. 대통령이 타깃을 움직이고 있는 상황에서는 국방부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트럼프는 자신의 결정을 정당화하거나 상대를 비판할 때는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는 경향을 보여 왔다. 반면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서는 노골적이다 싶을 정도로 본심을 감추지 않는다. 그 키워드는 주로 지배력과 속도, 가시적 성과에 몰려 있다. 전임 대통령들이 이루지 못한 목표를 자신은 미국의 압도적인 힘을 동원해 신속하게 쟁취할 능력이 있다는 자신감이 묻어 있다. 미국 석유회사들의 베네수엘라 채굴권 회복, 그린란드에 대한 완전한 소유에 관한 트럼프의 언급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이란 전쟁 초기에는 이 패턴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개전의 정당성에 대해서는 말이 계속 바뀌었지만,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단기간에 판을 흔들고, 원하는 결과를 빠르게 끌어내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는 장기전이나 국가 재건에 관심이 없었고, 이란 지도부 제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긍정적 결과들, 즉 이란의 정권교체, 군사력 약화, 핵 프로그램 제거, 석유 통제권 획득을 제시했다. 트럼프에게 이란 전쟁은 이민과 생활물가 문제로 인한 정치적 수세 국면을 타개하는 동시에, 유능하며 승리하는 지도자의 이미지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겨졌을 것이다.

이러한 구상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확전의 통제 가능성이 전제돼야 한다. 강력한 압박으로 상대방을 위축시켜 선택지를 제한하고 결국 미국이 설정한 조건대로 움직이게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확전 우위(Escalation Dominance)'의 논리다. 그러나 이란은 트럼프의 구상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미사일과 드론 공격,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통해 세계 에너지 시장을 흔드는 공세적 방어 태세를 보였다. 전쟁의 범위를 군사에서 경제 영역으로 확장시켜 시공간을 넓게 가져간 것이다. 이란 전쟁은 미국이 주도하는 일방적 군사작전의 무대가 아니라 자칫 긴 호흡으로 갈 수 있는 상호작용의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집권 2기에 들어와 국내외적으로 자신의 정치적 어젠다를 거세게 밀어붙였던 트럼프로서는 뜻밖의 난관에 봉착한 것이다. 이 지점에서 트럼프의 패턴은 균열을 보이고 있다. 여전히 미국의 압도적인 힘과 결단, 상황 통제 능력을 강조하지만 전쟁 종결에 관한 메시지는 혼선을 빚고 있다. 트럼프는 이란을 종전 협상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지상군 파견이라는 초강수를 두면서도 조기 종전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며 석유시장을 안심시키려 하고 있다. 확전과 출구전략이 뒤엉킨 양상이다. 11월 중간선거를 의식해 전쟁을 서둘러 끝내고 싶다는 트럼프의 속내를 이란이 모를 리 없다. 버티기와 속전속결의 대결이다. 그렇다고 트럼프식의 셀프 종전 선언은 명확한 성과 없이 물러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 민주당에 정치적 공세의 빌미를 제공할 뿐이다.

지금 워싱턴의 조야는 트럼프가 여전히 전쟁 종결을 통제할 수 있는지 묻고 있다. 확전을 통해 전쟁 종결을 설계할 수 있다는 그의 기본 전제가 이란의 버티기 전략 앞에서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확전은 통제를 위한 수단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 확전이 오히려 통제를 약화시키고 있다. 워싱턴의 의사결정이 시스템을 이탈해 '한 사람의 직관'에 의존하기 시작할 때, 동맹국들이 치러야 할 비용은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읽어야 할 것은 펜타곤의 정교한 매뉴얼이 아니라,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요동치는 트럼프의 손익계산서다. '통제된 확전'이라는 환상이 깨지는 순간, 우리는 시스템이 사라진 워싱턴이라는 현실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김연호 부소장은…
서울대 외교학과 졸업. 미국 존스홉킨스대 고등국제대학원(SAIS) 석사. 독일 베를린자유대 한국학 박사. Atlantic Council of the US에서 Assistant Director of the Korean Program, Voice of America에서 Senior Reporter,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USKI)에서 Senior Researcher로 근무. 현재 조지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 부소장. 2022년 통일교육 유공 국민포장 수상.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김연호 조지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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