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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베테랑 방송인의 20년짜리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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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준보 기자

승인 : 2026. 03. 30. 10:26

심준보 기자 증명사진
몇 해 전 유통부 기자로 일할 때다. 당시 유통 플랫폼 기업 홍보 관계자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는 '중개'였다. 이들은 불량 상품, 혹은 입점 업체들 간의 경쟁으로 인한 논란 등이 생길 때마다 약속이나 한 듯 같은 논리로 방어했다. 재발방지에는 힘쓰겠지만 자신들은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하는 일을 하는 것이지, 그 안에서 벌어지는 개별적 사안까지 책임질 순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2024년 메타(Meta)의 CEO 마크 저커버그가 'SNS 중독' 청문회에서 고개를 숙인 이후 플랫폼 사업자들의 책임 범위에 대한 인식도 근본적으로 변하는 추세다. 플랫폼은 더 이상 단순한 중개자가 아니라, 시장의 질서를 함께 만드는 참여자이자 책임자여야 한다는 사실이다. 결국 오늘날 일정 규모 이상의 플랫폼 사업자들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검증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정치부 기자가 되어 미디어 생태계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례를 마주한다. 최근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방송에서 MBC 출신 장인수 기자의 '이재명 대통령 공소취소 거래설'과 관련, 방송인 김어준 씨가 재발 방지에 대한 의지 표명이 부재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씨는 "새로운 오픈 플랫폼으로서의 고민이 있다"라는 논리로 방어했다. 하지만 기성 언론의 문법을 거부하며 20년 전부터 최근까지 인터넷 라디오와 팟캐스트 분야를 개척해 왔던 그의 항변으로는 다소 의아하다. 유튜브라는 환경을 제외하면 형식 자체는 변한 것은 없다. 특정 출연자를 섭외해 발언권을 주고 진행자가 대화의 물길을 잡는 본질 말이다.

취재기자로서는 크게 보면 유통 플랫폼과도 본질적으로 다른 문제로 보이지는 않는다. 기성 언론사보다 더 큰 마이크를 쥐고 영향력을 가지면서도 그 마이크에서 나오는 결과물에 대해서는 시청자의 판단으로 돌리는 모양새다. 유통 플랫폼사들이 '○○○ 랭킹순', '△△△ 추천순' 등으로 특정 상품을 상단에 노출시키는 것이 기계적 정렬이 아니듯, 미디어 플랫폼의 게이트키핑도 마찬가지다. "단독감이다. 사실이라면 탄핵 사유다. 큰 취재를 했다"라고 치켜세운 후 "알았다면 했겠느냐"라고 항변한들 설득력 있을 리 없다.

'뉴스공장'은 지난해 정권 교체 이후부터 청와대 출입기자단에 포함됐다. 단순 이슈 유튜브 채널이 아닌 언론매체로 성격이 정의됐다는 의미다. 그는 이제 언론사의 법인 대표이자 발행인인데 해당 법인은 유통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그러니 김 씨는 유통 플랫폼의 '불량 상품'은 환불이나 금전적 배상으로 어느 정도 수습이 가능하지만, 생방송 미디어의 불량 정보는 이미 엎질러진 페인트처럼 수습할 수 없는 성질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 가운데 지난 22일 이재명 대통령은 "권리에는 의무가,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라고 발언해 그 시점이 의미심장하다. 헌법이 언론을 보호하는 이유는 '정론직필'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하라는 사회적 계약이다. '플랫폼 제공'이라는 방패는 태동기 시절에나 가능했다. 글로벌 플랫폼의 제왕인 저커버그조차 '책임' 앞에 무릎 꿇었던 사례는 미디어 플랫폼 운영자들과 언론인들 모두 무겁게 바라봐야 할 대목이다.
심준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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