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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업 규정상 각 사의 신용 한도는 자기자본 이내로 제한됩니다. 대형사일수록 자본 규모가 크니 여유도 넉넉하지만, 중소형사는 그 폭이 좁을 수밖에 없는데요. 투자자 입장에선 평소 거래하던 대형사에서 신용을 쓰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대형사에서 한도가 막히자, 여력이 남은 중소형사로 수요가 흘러온 것입니다.
업계 입장에서만 보면 중소형사에는 기회입니다. 수익성 확보에 골머리를 앓는 중소형사들에게 신용 이자 수익은 괜찮은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우리투자증권 등 일부 중소형사가 이자율 혜택 이벤트를 내걸며 고객을 유치하던 것도 이런 차원입니다. 그러나 이벤트마저 조기 종료할 만큼 한도가 빠르게 소진된다는 사실은 기회라는 단어로만 읽기에는 무언가 찜찜한 구석을 남깁니다.
중소형사마저 한도가 소진되는 흐름은 빚을 내 투자하는 시장 수요가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업계 전체에 신용 리스크가 고루 퍼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금투협에 따르면 작년 초 15조원대였던 총 신용 융자액은 불과 1년 사이 2배 이상 늘어 이달 중순에 33조원을 돌파했습니다. 그렇기에 지금 상황이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대형사가 담당하던 리스크가 중소형사로 분산됐다고 해서 리스크 총량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만 중소형사 내부 사정도 간단치 않습니다. 단기 실적의 유혹과 리스크 관리라는 의무 사이에서 딜레마에 껴 있는데요. 한도가 남아 있는 한 최대한 활용하고 싶은 것이 비즈니스 논리입니다. 그러나 스스로 브레이크를 밟는 순간 수익 기회를 경쟁사에 넘겨주는 셈이 되니, 섣불리 속도를 줄이기도 어렵습니다. 중소형사들도 대형사처럼 한도가 다 찰 때까지 신용 주문을 받아 주는 이유입니다.
금융당국의 실질적인 조치는 눈에 띄지 않습니다. 이달 초 금융감독원과 증권사 임원 간담회에서 황선오 부원장이 현 신용 규모에 대해 관리 가능하다는 진단을 내놓았기 때문입니다. 아직은 긴급하게 개입할 단계가 아니라고 선을 그은 셈입니다. '아직은 괜찮다'는 당국 낙관론이 현장의 긴장감과 충돌하는 지금, 이 빚 잔치가 끝나면 누가 그 청구서를 감당하게 될지 지켜볼 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