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넘어 공론화로… 특별법 발의 시점 맞춰 명예회복-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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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납북귀환어부 명예회복 특별법' 발의 시점에 맞춰 지역 작가팀인 엄소(UMSO)와 공동 기획했다. 어부 아버지를 둔 고성 출신 엄경환 씨와 김소정 씨로 구성된 엄소(UMSO)는 그간 '기억의 바다'를 주제로 납북어부의 흔적을 추적해 온 팀이다. 이들은 지난 2월 대만 국제 현대미술 교류전에서도 인간과 바다의 관계를 성찰하는 작품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 "이제 우리가 그들을 대신해 여정의 바다로 나아가겠다"
전시 제목인 '출항'에는 깊은 뜻이 담겼다. 납북 이후 귀환했지만 사회적 낙인과 감시 속에 온전한 삶을 회복하지 못한 이들을 대신해, 이제는 우리가 그 여정의 바다로 나아가 그들의 명예를 되찾아주겠다는 의지. 전시장에는 사건의 사실관계와 구조적 배경을 담은 기록물들이 배치됐다.
단순한 관람을 넘어 관객이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도 눈길을 끈다. 개전식에서는 전문가들을 초청해 전시장 라운딩 형식의 대화를 진행하며, 사건을 바라보는 지역의 태도와 과제를 모색한다. 또한 사건에 대한 인식과 제도 개선 필요성을 묻는 정책형 설문을 병행해, 수렴된 의견을 향후 관련 기관과 공유한다.
전시를 준비한 재단 관계자와 기획자의 목소리를 들었다.
-왜 지금 '납북어부'의 이야기인가.
"고성에서 납북어부 사건은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쉽게 말하지 못했던 아픈 손가락이다. 특별법 발의라는 중요한 시기를 맞아, 이분들의 삶이 단순히 과거의 기록에 머물지 않고 우리 곁의 살아있는 역사로 기억되길 바랐다. 예술은 딱딱한 법률 용어보다 더 깊게 시민들의 마음속에 공감의 파도를 일으킬 수 있다고 믿는다."(고성문화재단 관계자)
-전시 제목 '출항'에 담긴 기획 의도는.
"어부였던 아버지는 바다에서 돌아오셨지만, 평생 마음의 닻을 내리지 못한 채 사셨다. 이번 전시는 그분들이 끝내 마치지 못한 명예로운 삶으로의 '출항'을 돕는 작업이다. 피해자들에게 온전한 보상과 명예회복이 돌아가야 한다는 당연한 질문을 우리 지역사회가 다시 한번 고민하는 발판이 되었으면 좋겠다."(엄소(UMSO) 작가)
◇ 전시를 넘어 사회적 치유의 시작으로
고성문화재단과 기획자들은 이번 전시가 지역 내부의 갈등과 상처를 치유하는 첫걸음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기록 자료와 예술 작품이 어우러진 공간 속에서 관람객들은 그동안 외면해왔던 이웃의 고통을 마주하고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평화와 인권의 방향을 확인하게 된다.
시대를 가로지르는 무거운 질문을 띄워 올린 고성의 '출항' 전시는, 억울한 세월을 견뎌온 어부들과 그 가족들에게 보내는 지역사회의 가장 따뜻한 응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