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이 도로는 어느 날 갑자기 '불가능한 사업'이 됐다. 주민들에게 왜 불가능해졌는 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공식적인 중단 발표도 없었다. 그저 행정 문서 속에서 조용히 사라졌다. 이쯤 되면 질문은 하나다. 이 사업은 왜 멈췄는가가 아니라, 누가 멈추게 했는가다.
규제가 풀렸는데 사업이 멈췄다. 2024년 5월 말, 양산시 건설도로과는 중요한 통보를 받았다. 원동 209호선 구간의 생태자연도 등급이 1등급에서 2·3등급으로 조정됐다는 공고였다.
생태자연도 1등급은 사실상 개발이 막힌 지역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2·3등급은 규제가 완화되는 구간이다. 즉, 도로 개설을 막고 있던 가장 큰 장애물이 풀릴 가능성이 생긴 상황이었다.
그런데 불과 일주일 뒤 열린 시의회 보고에서는 전혀 다른 설명이 나왔다. 2024년 6월 5일 도시건설위원회 회의에서 당시 건설도로과장은 "생태자연도 1등급이라 개발이 어렵다"는 취지로 보고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미 등급 조정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허위보고다. 몰랐다면 직무유기 수준의 무능이다. 어느 쪽이든 정상적인 행정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리고 그 보고 직후 사업 예산 3억원이 삭감됐다. 30년을 기다린 사업은 그렇게 단 한 번의 보고 뒤에 멈춰섰다. 보상을 약속해 놓고 예산부터 없앴다.
더 이상한 일은 그 다음에 벌어졌다. 양산시는 이미 이 사업을 위해 손실보상금 5억원을 편성해 놓은 상태였다. 토지와 주택 보상을 위한 예산이다. 보상 대상 토지주는 36명. 주민설명회에서는 감정평가와 보상 일정까지 공개됐다. 행정이 만든 공식 자료다.
하지만 보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예산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2024년 6월 3억원이 삭감됐고, 같은해 12월 1억6000만원이 추가로 깎였다. 결국 5억원 중 4억6000만원이 사라졌다.
보상계획은 있었다. 설명회도 있었다. 행정 문서도 남아 있다. 하지만 보상은 시작조차 되지 않았다. 사업 중단을 알리는 공식 절차도 없었다. 이쯤 되면 단순한 행정 착오라고 보기 어렵다. 누군가 이 사업을 멈추기로 결정했고, 행정은 그 결정을 따라 움직인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나오는 이유다.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원동 209호선 사업을 실시설계 이후 중단하고 대신 언곡 소하천 정비사업을 추진한다는 취지의 문서가 존재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이 문서는 양산시의회 내부에서 촬영된 사진 형태로 존재한다는 말도 나온다. 아직 실체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사업이 여건 때문에 멈춘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중단을 전제로 움직였을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행정 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결정 문제다.
이 사건은 결국 경찰 수사로 이어졌다. 결과는 증거 불충분 불송치. 하지만 수사 과정 역시 논란을 남겼다. 주민 측은 "이면 합의 문서를 촬영한 기자의 휴대전화에 핵심 증거가 있다"며 압수수색과 디지털 포렌식을 여러 차례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경찰은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핵심 증거로 지목된 휴대전화는 확보되지 않았고 포렌식도 이뤄지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물증을 확인하지 않은 채 사건은 그렇게 끝났다.
핵심 증거도 확인하지 않은 수사 결과를 주민들이 납득하기는 어렵다. 이제 답해야 할 사람은 따로 있다 지금까지 양산시는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당시 담당 과장은 취재 과정에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문제는 기억의 문제가 아니다. 책임의 문제다. 이미 규제가 풀린 사업이 왜 갑자기 '불가능한 사업'이 됐는지, 예산은 왜 조용히 사라졌는지. 행정은 결국 누군가의 결정으로 움직인다. 그렇다면 이제 질문은 분명하다. 누가 이 사업을 멈추라고 했는가.
30년 숙원사업이 멈춰 선 지금 언곡마을 주민들이 잃은 것은 도로 하나만이 아니다. 행정을 믿을 수 있다는 최소한의 신뢰다. 그리고 그 신뢰를 무너뜨린 책임 역시 어딘가에 분명히 존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