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팔란티어와 정면 승부, “전장(戰場)의 표준을 바꾼다”
우주·지상 센서 100만 개 실시간 통합… 표적 식별서 타격까지 ‘초단위’ 단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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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 감시 초소(GP)의 CCTV부터 고도 500km 위의 초소형 위성, 그리고 병사의 헬멧에 장착된 카메라까지. 휴전선 이북에서 움직이는 모든 생명체와 장비의 데이터가 인공지능(AI)에 의해 실시간으로 분석되어, 최적의 타격 수단을 지휘관에게 제안하는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SDS는 최근 육군과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추진하는 지능형 지휘결정 지원체계의 핵심인 'K-타이탄(Korean TITAN)' 프로젝트의 청사진을 완성하고 본격적인 기술 실증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K-타이탄'은 미 육군이 차세대 지상국 체계로 채택한 팔란티어(Palantir)의 '타이탄'을 모델로 하되, 한국형 지형과 작전 환경에 최적화된 독자적 '국방 AI 플랫폼'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삼성SDS의 국방사업그룹의 고위 관계자는 "'엣지 클라우드'는 소규모 부대가 독립적으로 판단하고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네트워크 단절 상황에서도 독립적으로 작동 가능한 환경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데이터가 곧 화력이다"… 팔란티어의 '고담' 넘어서나
과거의 전쟁이 더 멀리 쏘고 더 세게 터뜨리는 '화력'의 싸움이었다면, 현대전은 누가 더 먼저 보고 정확하게 판단하느냐는 '정보의 속도' 싸움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 팔란티어 사의 AI 플랫폼 '고담(Gotham)'은 러시아군의 위치를 단 몇 분 만에 파악해 우크라이나 포병에게 전송하며 승패를 갈랐다.
삼성SDS가 추진하는 K-타이탄은 이보다 한 단계 진화한 형태를 지향한다. 삼성 클라우드 플랫폼(SCP)을 기반으로 한 이 시스템은 전장에 흩어진 수조 개의 비정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융합한다. 단순히 적을 찾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 군의 탄약 재고, 기상 상황, 주변 민간인 피해 가능성까지 계산해 가장 효율적인 타격 명령을 생성형 AI 기술로 제안한다.
군 고위 관계자는 "현재 우리 군의 '센서 투 슈터(Sensor-to-Shooter, 탐지에서 타격까지)' 과정은 여전히 인간 지휘관의 판단에 의존해 수십 분이 소요된다"며 "K-타이탄이 도입되면 이 과정이 '초 단위'로 단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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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S가 강조하는 핵심은 '소버린(Sovereign, 주권) AI'다. 국방 데이터는 국가 안보의 최후 보루다. 외산 솔루션을 그대로 도입할 경우 데이터 유출의 우려가 있고, 한국군만의 독특한 전술 교리를 반영하기 어렵다.
삼성SDS는 자체 생성형 AI 플랫폼인 '패브릭스(FabriX)'와 검색 증강 생성(RAG) 기술을 결합했다. 이는 AI의 고질적 문제인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을 방지하면서도, 군사 기밀 데이터 내에서만 답을 찾도록 설계된 국방 전용 두뇌다.
특히 5G 특화망 기술을 활용해 통신이 끊긴 극한의 전장 상황에서도 분산 컴퓨팅을 통해 AI가 작동하도록 하는 '에지(Edge) AI' 기술이 적용됐다.
K-방산업계 관계자는 "팔란티어가 범용적인 데이터 통합에 강점이 있다면, 삼성SDS는 한국적 지형 특성과 우리 군의 C4I 체계에 대한 깊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맞춤형 정장' 같은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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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국판 팔란티어'로 가는 길이 순탄치만은 않다. 가장 큰 걸림돌은 경직된 보안 규정이다. 현재 우리 군은 외부망과 내부망이 엄격히 분리되어 있어,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방대한 데이터를 클라우드 AI가 학습하기에 제약이 많다.
또한 각 군(육·해·공)마다 제각각인 데이터 형식을 하나로 통합하는 표준화 작업도 시급하다. 삼성SDS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방부와 함께 '국방 AI 센터'를 중심으로 한 데이터 레이크(Data Lake) 구축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군사 전문가는 "기술은 이미 준비됐다. 문제는 제도다. AI 지휘관의 조언을 어디까지 신뢰할 것인지에 대한 군 내부의 합의와 규제 혁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K-타이탄은 '비싼 지도 서비스'에 그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방산 시장의 게임 체인저
K-타이탄의 성공은 단순히 국내용에 그치지 않는다. 동유럽에 지상무기체계를 수출하는 K-방산 업체의 한 관계자는 최근 폴란드, 루마니아 등 K-방산을 수입하는 국가들은 하드웨어(전차, 자주포)뿐만 아니라 이를 운용할 군용 소프트웨어 체계에 대해서도 강력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SDS가 국산 AI 플랫폼 수출의 길을 연다면, 대한민국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수출하는 세계 유일의 'AI 방산 강국'으로 도약하게 된다. 실제로 지난해 2분기 삼성SDS는 LIG넥스원의 무인수상정 '해검' 개발 사업에 엣지 클라우드를 공급하는 계약을 수주하며 정식 납품 계약을 체결하며 국방 AI 전장 플랫폼 시장에 첫 발을 내디뎠다."
삼성SDS 고위 관계자는 최근 사석에서 "국방 AI는 삼성SDS가 글로벌 IT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 승부처"라며 강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인간 지휘관의 직관과 AI의 초지능이 결합하는 '하이브리드 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삼성SDS의 K-타이탄이 60만 한국군의 눈과 귀, 그리고 머리가 되어 줄 수 있을지 전 세계 방산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팔란티어의 창업자 피터 틸은 "AI는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K-타이탄 역시 지휘관의 결심을 돕는 보조 도구다. 그러나 그 도구가 총보다 무서운 무기가 되는 시대, 삼성의 도전은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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