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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흔히 자본이나 기술 부족을 실패 원인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창업에 실패하는 가장 주된 이유는 이미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제품은 잘 만들었지만 시장이 원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창업자는 기발해 보이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곤 곧바로 개발에 들어간다. 기능을 더하고 디자인을 다듬으며 "이 정도면 잘 팔리겠지" 생각한다.
하지만 '잘 만든 제품'과 '필요한 제품'은 전혀 다르다. 미국 스타트업 쥬세로(Juicero)는 집에서 신선한 주스를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고급 주스 기계를 개발했다. 네스프레소처럼 전용 과일주스 팩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1억2000만 달러의 투자를 받아 제품 완성도를 크게 높일 수 있었다. 와이파이, QR코드, 정밀센서가 들어간 정교한 제품이었고 디자인도 세련됐다. 언뜻 성공할 조건을 다 갖춘 듯 보였으나 곧 예상치 못한 사실이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이 기계에 넣어 추출할 과일주스 팩은 맨손으로도 충분히 짤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렇다면 이 비싼 기계는 왜 필요한 것인가? 기술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해야지, 존재하지도 않는 문제를 억지로 만들어내선 안 된다.
실리콘밸리의 전형적인 실책인 '해결할 필요가 없는 문제를 기술력으로 해결하려 한 사례'로 기록된 쥬세로는 블룸버그 보도 6개월 후 문을 닫았다.
퀴비(Quibi) 사례도 보자. 이 회사는 모바일 전용 프리미엄 영상 플랫폼을 표방했고 투자금이 18억 달러에 달했다. 유료 서비스에 걸맞게 콘텐츠 품질을 높였고 특히 화면이 가로 세로로 자동으로 전환되는 기술에 큰 투자를 하여 이를 차별화 요소로 내세웠다. 겉보기엔 실패할 이유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미 유튜브와 틱톡의 무료 영상에 익숙해 있었고 넷플릭스로 고품질 영상을 즐기고 있었다. 가로 세로가 자동으로 돌아가는 기능이 신기하긴 했어도 돈을 낼 정도라고 느끼진 않았다.
강력한 대체재의 존재를 애써 외면하고 소비자가 원하지 않는 신기술에 과잉 투자한 퀴비는 결국 시장의 선택을 받지 못한 채 출시 6개월 만에 셔터를 내렸다.
쥬세로와 퀴비는 돈도 사람도 기술도 부족하지 않았다. 마케팅에도 충분히 투자했다. 그럼에도 실패한 이유는 하나다. 고객이 절실하게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붙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예비 창업자들은 이런 말을 종종 한다. "이 기능이 추가되면 좋을 것 같아요", "이렇게 만들면 경쟁사와 차별화되지 않을까요?"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나와야 할 질문이 있다. "사람들이 정말 이 문제를 불편해하고 있을까요?", "고객들이 진짜 이 제품을 원하고 있을까요?"
대개 창업자는 자신의 아이디어에 먼저 매료된다. 쉽게 시장 수요를 과대평가하고, 이미 충분히 작동하는 대체재가 있는지, 고객이 정말 불편해하는 지점이 무엇인지 확인하기도 전에 제품 개발부터 시작한다.
창업에 실패하지 않으려면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고객은 '잘 만든 제품'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상품'을 선택한다는 사실이다. 창업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개발이 아니다. 이 제품을 정말 필요로 할 고객의 목소리를 듣는 일이다.
송인걸 대표는 …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양대학교에서 경영학박사를 취득했다. 세계적인 컨설팅 기업에서 경영전략 컨설턴트로 활동했고 현재 창업진흥원과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스타트업 전략을 자문하고 창업지원사업 평가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연세대학교, 한양대학교 등에서 벤처창업, 기업가정신 등을 강의하고 여러 기업을 창업하여 운영 중인 창업전문가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송인걸 BBC캠프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