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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시민의 눈’이라던 양산시 옴부즈만, 그 눈은 누가 감시하나···거울은 세웠지만 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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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 기자

승인 : 2026. 03. 06. 09:05

이철우 기자
이철우 기자
경남 양산시가 운영하는 상근 옴부즈만 제도는 애초 '행정을 감시하는 시민의 눈'이라는 취지로 도입됐다. 시민의 권익을 보호하고 행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며, 억울한 행정 피해를 구제하겠다는 목적이었다.

시민이 겪는 위법·부당하거나 불합리한 행정처분을 조사하고 시정을 권고하며, 반복되는 문제를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게 하고 시민과 행정 사이의 갈등을 조정하고 행정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것이다. 이것이 옴부즈만 제도가 존재하는 이유다.

옴부즈만은 시민과 행정 사이에서 독립적인 위치에 서야 한다. 고충민원을 조사하고 행정기관의 부당한 행위를 살피며, 필요한 경우 현장조사를 통해 사실을 확인하고 제도 개선을 권고하는 역할을 맡는다.

행정기관에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관계자의 의견을 듣는 권한도 갖는다. 물론 강제 처분 권한은 없다. 권고 중심의 제도다. 그래서 더욱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신뢰다.

그러나 취재를 거듭할수록 드러난 현실은 제도의 취지와 거리가 있다. 감시자는 존재하지만, 그 감시자를 기록하고 검증하는 장치는 흐릿하다. 행정을 비추는 거울은 세워졌지만, 정작 그 거울은 제대로 닦여 있지 않다.

가장 기본적인 문제는 근태 관리다. 일반 공무원은 전자 출결 시스템으로 출·퇴근 시간이 분 단위까지 관리된다. 그러나 상근직 옴부즈만의 근태 관리는 전자 시스템이 아닌 자필 근무일지(수기 기록)에 의존한다. 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을 스스로 기재하고 서명하면 그 기록이 근거가 된다. 그 기록을 토대로 활동비(시급 2만5000원)가 지급된다.

청사 출입 기록과의 자동 연계도 없고 전산 검증 장치도 없다. 사실상 '자기 신고' 방식이다.
문제는 이 기록이 단순한 참고 자료가 아니라 활동비 지급의 기준이라는 점이다. 상근 옴부즈만에게 지급되는 활동비는 월 최대 약 200만원 수준으로 공무원 5급 상당이다.

제도의 취지가 독립성 보장이라 하더라도 최소한의 객관적 관리 장치마저 생략하는 것이 과연 독립성의 본질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독립성과 무관리(無管理)는 다르다.

외근 관리 역시 허술하다. 감사담당관실 직원이 동행할 경우에는 공무원이 출장복명서를 작성한다. 그러나 옴부즈만이 단독으로 외근할 경우 별도의 서면 보고 없이 구두 보고에 그치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해관계가 얽힌 민원 현장을 다루는 자리임에도 활동 내용을 표준화된 문서로 남기고 정기적으로 공개하는 체계는 찾아보기 어렵다. 기록이 없으면 검증도 없다. 검증이 없으면 신뢰도 없다.

인선 과정도 개운치 않다. 시는 공개모집 당시 시민사회단체와 대학, 향우회 등에 추천 협조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개별 발송 내역은 현재 별도로 보관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공개모집의 투명성을 입증할 자료가 남아 있지 않은 셈이다. "절차상 문제는 없다"는 해명은 기록이 있을 때 설득력을 갖는다. 기록 없는 절차는 설명이 아니라 주장일 뿐이다.

성과 공개 역시 아쉬운 부분이다. 시는 민원 접수 건수가 증가했다는 점을 성과로 제시한다. 하지만 권고 이행률이나 제도 개선이 실제 행정에 어떻게 반영됐는지, 반복 민원이 얼마나 줄었는지와 같은 질적 지표는 공개되지 않는다. 숫자는 제시되지만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옴부즈만 제도는 단순히 민원 창구가 아니다. 행정기관의 위법·부당한 행위를 조사하고 시정을 권고하며 제도 개선을 이끌어 내는 감시 기구다. 그래서 감시 기구일수록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그것이 제도의 권위를 지키는 길이다. 전자 출결 시스템 도입, 단독 외근 시 서면 보고 의무화, 활동 내역 정기 공개, 권고 이행률과 재발 방지 사례 공개. 이 정도 요구는 과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상식에 가깝다.

시는 2026년 평가 상향을 목표로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도의 목적이 등급을 올리는 데 있어서는 안 된다. 시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있어야 한다. 행정을 비추는 거울이 흐리면 그 안에 비친 행정도 선명할 수 없다. 감시자를 감시하는 장치가 작동할 때 비로소 제도는 완성된다. 지금 양산시에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해명이 아니다. 작동하는 기록과 공개의 시스템이다.
이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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