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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산 대기업 전유물’ 국방 조달, 스타트업에 빗장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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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필현 국방전문기자

승인 : 2026. 03. 05. 12:15

경기국방벤처센터… AI·무인체계 등 민간 ‘딥테크’ 수용 본격화
윤사빈 유투에스알 대표 “기술 속도 못 따라오던 제도적 한계 극복이 관건”
‘군 주도’에서 ‘민간 제안’으로, K-방산, ‘‘저변 확대’
그동안 철옹성 같았던 국방 조달 시장의 문턱이 낮아지고 있다. 대기업과 소수 주력 방산업체가 독점하던 '그들만의 리그'에 AI, 무인체계, 데이터 솔루션으로 무장한 스타트업들이 도전장을 내밀기 시작했다. K-방산의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수출 대박'이라는 결과물에서뿐만 아니라, 혁신 기술의 '저변 확대'라는 뿌리에서 찾으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기술은 있는데 입구가 없다"... 고질적 병목 해소될까

지난 4일, 윤사빈 유투에스알 대표의 일갈은 국내 방산 생태계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윤 대표는 "민수 시장은 기술이 좋으면 즉시 적용되지만, 방산은 국가 제도가 민간의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는 한계가 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수많은 중소벤처가 혁신적인 기술을 보유하고도 복잡한 획득 절차와 엄격한 보안 장벽, 그리고 기약 없는 개발 기간에 가로막혀 국방 시장 진입을 포기해 왔다. 기술이 사장되는 이른바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이 방산 분야에서 특히 깊었던 이유다.

경기국방벤처센터, '민·군 기술 융합'의 전초기지 자처

이러한 구조적 모순을 깨기 위해 경기도가 승부수를 던졌다. 최근 2월말 문을 연 '경기국방벤처센터'는 단순한 창업 보육 공간이 아니다. 이곳은 민간의 '딥테크(Deep Tech)'를 군의 소요와 직접 연결하는 '국방 혁신 플랫폼'을 지향한다.

센터는 기술 실증부터 군 소요 연계, 사업화 컨설팅, 방산 전용 투자 유치까지 '원스톱' 지원 체계를 구축했다. 특히 무인체계와 AI 기반 감시정찰 등 미래전의 핵심 기술을 민간에서 먼저 수혈받아 군에 이식하는 역방향 혁신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는 과거 군이 요구 조건을 던지면 기업이 맞추던 '군 주도형' 모델에서, 민간의 완성된 기술을 군이 채택하는 '기술 주도형' 모델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K-방산 2.0', 부품과 소프트웨어 생태계에 달렸다

전문가들은 이번 센터 출범을 K-방산의 '질적 성장'을 위한 필연적 선택으로 보고 있다. 전차와 자주포 등 완제품 수출 중심의 성장은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미래 전쟁의 양상이 유무인 복합전투체계(MUM-T)와 네트워크 중심전으로 급격히 이동함에 따라, 이를 뒷받침할 알고리즘과 소프트웨어, 핵심 부품을 생산하는 중소 기술 기업의 존재감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방위사업청 역시 신속시범획득 사업과 민·군 기술 협력 제도를 확대하며 보폭을 맞추고 있다. 경기국방벤처센터는 이러한 제도적 변화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도록 돕는 '현장 거점'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열린 국방'은 선택 아닌 생존의 문제

경기도 관계자는 "단순 지원을 넘어 실제 군 적용 성공 사례를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결국 관건은 '속도'와 '실효성'이다. 아무리 좋은 기술도 군의 실전 배치까지 10년이 걸린다면 무용지물이다.

국방산업은 이제 더 이상 특정 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다. 현장의 문제를 해결할 속도와 기술만 있다면 누구에게나 열린 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경기국방벤처센터의 출범이 단순한 행정적 구호를 넘어, 대한민국 국방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뒤바꾸는 '메기 효과'를 불러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구필현 국방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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