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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AI가 습격한 2026년의 대한민국…‘십만양병’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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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영 기자

승인 : 2026. 03. 03.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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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곡 이이 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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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여 년 전. 율곡 이이는 조선이 겉으로는 평온해 보일지라도 내면은 썩어 들어가고 있음을 직감하고 임금에게 '십만양병설(十萬養兵說)'을 주장했다. 다가올 오랑캐 혹은 왜구의 침입에 대비해 10만명의 정예군을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조정의 권력자들은 "태평성대에 무슨 군사냐"며 간언을 일축했다. 당시 조선 인구가 1200만. 10만이나 되는 군사를 훈련하고 먹이는 비용이 천문학적이었던 만큼 안 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논리에서다. 결과는 참혹했다. 준비 없는 국가는 임진왜란이라는 비극을 고스란히 껴안아야 했다.

2026년 3월의 대한민국. 현재 우리가 마주한 AI(인공지능)의 거대한 파고는 400여 년 전의 상황보다 매섭다. 그런데 지금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취하는 태도를 보면 당시의 실수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앞설 때가 많다.

현재 정부와 기업들은 앞다투어 AI 도입을 외친다.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이라는 지상과제를 위해 현장의 인력을 AI로 대체하는 데만 혈안이 돼있다. "AI가 알아서 다 해줄 것"이라는 기술 낙관주의에 빠져, 정작 그 AI를 운용하고 제어하며, 혹여나 발생할 오류를 책임질 '사람'을 키우는 일에는 무관심하다.

AI라는 강력한 도구에만 의존하며 인적 자본을 등한시하는 것은, 다가올 '지능의 전쟁'에서 스스로 무장해제를 하는 것과 다름없다.

기업은 당장 눈앞의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청년들을 내보내고 그 자리를 자동화 툴로 채운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인건비보다 AI를 운용하는 비용이 훨씬 더 저렴하다. 바꾸지 않을 이유가 없는 셈이다. 정부는 디지털 전환이라는 구호 아래 화려한 AI 인프라 구축에만 예산을 쏟는다. 하지만 정작 그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기술 뒤에 숨겨진 인간의 가치를 발굴할 인재는 길러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AI는 수단일 뿐 목적이 아니다. 진정한 경쟁력은 AI라는 도구를 손에 쥔 인간의 역량에서 나온다. 인재를 길러내는 과정 없는 AI 도입은, 율곡이 그토록 경계했던 '준비 없는 평화'만큼이나 위험하다. 결국 AI를 통제할 인력의 부재는 시스템 전체의 마비로 이어지는 것은 물론, 청년 세대에게는 일자리의 소멸이라는 재앙을 가져올 것이다.

지금이라도 율곡의 혜안을 빌려야 한다.

중소기업은 'AI 대체'가 아닌 'AI 적응형 고용'으로 전환해야 한다. 단기적 비용 절감에 눈이 멀어 청년들을 내칠 것이 아니라, 그들이 AI라는 도구를 활용해 1인당 생산성을 10배로 높일 수 있도록 재교육에 투자해야 한다.

정부는 인프라 구축보다 '인적 자본'에 집중해야 한다. 하드웨어적인 기술 지원보다 더 중요한 것은, AI 시대에 필요한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과 AI 윤리를 갖춘 미래 세대를 기르는 교육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청년들은 스스로 '전쟁터'로 나아가야 한다. "AI가 일자리를 뺏는다"고 한탄만 할 것이 아니라, AI라는 무기를 가장 먼저 손에 쥐는 '선봉대'가 되겠다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

율곡의 10만 양병설이 무시당했던 것은 당시 위정자들이 변화를 두려워하거나, 변화를 인지할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AI라는 기술이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할 것이라는 낙관은 좋지만, 그 풍요를 지탱할 인적 기반을 다지지 않는다면 그 기술은 언제든 우리를 무너뜨릴 독이 될 수 있다.

임진왜란의 역사를 반복할 것인가, 아니면 지능의 시대를 선점하는 주역이 될 것인지는 지금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장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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