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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저작권 분쟁이 아닌 ‘법적 책임 회피’···박대조 양산시장 예비후보 자서전 논란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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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 기자

승인 : 2026. 03. 02. 09:34

이철우 기자
이철우 기자
박대조 더불어민주당 경남 양산시장 예비후보의 자서전을 둘러싼 논란은 정치 공방이 아니다.

이 사안의 성격은 처음부터 끝까지 저작권과 책임 주체에 관한 법적 문제다. 그런데도 박 예비후보는 핵심 쟁점을 피해 간다. 박 예비후보 측이 내세운 방어 논리는 단순하다.

문제의 원고는 선거를 염두에 두고 생산된 '업무상 저작물'이므로, 저작권은 자신에게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저작권법이 요구하는 요건을 의도적으로 축소한 해석에 가깝다. 저작권법상 '업무상 저작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법인·단체 또는 사용자 기획 아래 종업원이 업무상 작성하고 계약·취업규칙 등에서 저작권 귀속이 명시돼야 한다.

이번 사안에서 이 요건 중 어느 하나라도 명확히 충족됐다고 보기 어렵다. 대필로 지목된 L 교수는 개인 자격의 외부인이며, 집필 과정에서도 근로계약·용역 계약·저작권 양도 계약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게 확인된 사실관계다. '형·동생처럼 지냈다'는 설명은 법적으로 아무 의미가 없다.

더구나 박 예비후보 측은 "책에는 해당 교수가 쓴 내용이 일체 들어가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취재 결과, L 교수가 출판사에 넘긴 초안과 실제 출간된 책은 AI 표절 검사 기준으로 개인사 서술 부분 상당수가 사실상 동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지점에서 법적 쟁점은 명확해진다. 첫째, 저작권 침해 성립 가능성이다. 원고 작성자의 창작성이 인정되고, 동일·유사성이 객관적으로 입증된다면 저작권 침해는 의도 여부와 무관하게 성립한다. 둘째, 출판 책임의 주체 문제다. 저자가 박대조로 명기된 이상, 출판 과정에서 원고 사용에 대한 최종 책임은 저자에게 귀속된다. "출판사가 했다"거나 "다른 사람이 편집했다"는 해명은 면책 사유가 될 수 없다.

셋째, 사실 왜곡의 법적 위험성이다. 자서전 속 가족사, 특히 강제징용과 같은 역사적 사실은 단순한 서사 장치가 아니라 공적 검증 대상이다. 허위 또는 허구가 사실처럼 기재됐다면, 향후 명예훼손·허위사실 유포 논란으로 확장될 소지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박 예비후보는 가장 중요한 질문, "책의 내용이 사실이냐"는 물음에 답하지 않았다.

법적 분쟁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침묵할 수는 있다. 그러나 출마를 선언한 정치인에게 침묵은 권리이기 이전에 책임 회피로 해석될 수 있다.

이 사건은 대필의 도덕성 문제가 아니다. 계약 없이 사용된 원고, 부인과 모순된 증거, 그리고 책임의 부재가 문제다. 법원은 저작권을 판단할 것이다. 하지만 유권자는 이미 판단을 시작했다. 자서전이 법적 분쟁의 대상이 된 정치인에게 시정을 맡길 자격이 있는지, 그 질문 앞에서 더 이상 회피는 통하지 않는다.



이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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