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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지금 'AI 초혁신 경제'라는 거대한 엔진을 가동 중이다. 정부가 말하는 초혁신 경제로 전환하기 위한 이정표의 면면을 살펴보면 상당 부분 공감이 가고 그 방향성 또한 틀리지 않았다. 먼 미래 이야기일 것 같던 AI 시대가 우리 삶에 성큼 다가오면서 미래 산업을 이끌 핵심 가치로 AI 대전환에 집중하는 것은 당연하고 필연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AI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만능 치트 키로 보는 듯한 시각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얼마전 한 공공기관 관계자를 만나 정부의 이런 행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적이 있다. 이 기관도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나름의 사업 성과를 내는 곳이지만 조직 내에서 AI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시원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회의적인 시각과 정부가 하라니 시늉만 하는 것 아니겠냐는 듯한 무언의 표정이 돌아 왔을 뿐이다. 정부의 AI 정책에 공공기관은 부랴부랴 허울뿐인 AI 조직을 급조하고 있고, 이에 따른 피로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정부의 과도한 'AI 사랑'이 모든 산업과 공공영역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의 태도를 보면 AI는 대한민국이 갖고 있는 모든 문제를 단번에 해결해 줄 '전지전능한 존재'처럼 보인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복잡한 문제가 빠르게 해결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과 기대만 거론되고 있어서다. 물론 AI 도입 효과는 명확하다. 한국전력공사가 AI를 도입해 전력 수요를 99% 이상의 정확도로 예측하거나, 과도한 예비 발전을 줄여 비용 절감을 이끌어내는 것은 놀랄 만한 성과다.
하지만 우리는 모든 의사결정에서 수반되는 인간적 고민과 거기서 도출되는 윤리적인 판단은 아직 AI가 대신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특히 AI가 하나의 활용 도구가 아닌 의사결정의 중심이 될 때, 자칫 윤리적 책임 소재가 불명확해지는 역설은 의식적으로 외면하고 있다. AI가 보여주는 정확한 수치에 집착하면 정작 인간적 고민과 책임이 간과될 수 있음이다. 소위 'AI 환각(Hallucination)'이라 불리는 정보 왜곡 현상으로 인한 잘못된 판단은 적지 않은 부작용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렇기에 아직은 고뇌를 통한 윤리적 판단은 인간의 몫이다.
AI는 인간이 더 본질적인 고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는 도구로 인식돼야 한다. 정부의 방향성이 이런 개념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이라면 오히려 비효율적이고 보여 주기 식 겉치레로 끝날 수 있다. AI라는 혁신적인 내비게이션은 우리를 빠르게 미래로 안내할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분야에 획일적이고 막연한 기준으로 AI를 적용하는 것은 불필요한 비용 발생과 과도한 데이터 활용 등 적지 않은 부작용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제 정부는 각 분야에 맞는 세밀하고 구체적인 AI 도입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줘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