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YT에 따르면 주예루살렘 미국대사관은 오는 26일 서안지구 내 유대인 정착촌인 에프라트에서 미국 시민을 대상으로 여권 발급 등 영사 업무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초정통파 유대인 정착촌 베이타르 일리트에서도 수개월 내 같은 서비스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스라엘 정착촌에서 미국이 공식 영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미국은 서안지구 팔레스타인 도시 라말라와 타이베 등에서 순회 영사 업무를 운영해 왔다. 또 이스라엘 본토 도시인 하이파, 베이트 셰메시, 네타냐에서도 관련 일정이 예정돼 있다. 그러나 정착촌에서의 영사 활동은 외교적 관행을 넘어서는 상징적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위험한 선례이자 서안 점령과 정착촌의 합법성을 사실상 인정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산하 '식민지화 및 장벽 저항위원회'도 이번 조치가 "불법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국제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며,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한다는 미국의 약속과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서안지구의 유대인 정착촌은 이스라엘이 1967년 중동전쟁 당시 점령한 지역에 조성한 공동체다. 국제법은 점령국이 자국 인구를 점령지로 이전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안보상 필요하거나 점령지 주민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토지 수용도 허용하지 않는다. 다수 국가는 정착촌을 불법으로 보고 있다.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국제 인권법 전문가 마이클 스파르드는 "에프라트는 인구 약 1만3000명의 소규모 주거지로 예루살렘에서 남쪽으로 약 13km 떨어져 있다"며 "주민들은 대부분의 생활 서비스를 예루살렘에서 이용한다. 이번 조치를 정치적 메시지 외 다른 의미로 해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안지구 병합에 반대한다고 여러 차례 밝혀온 입장과도 충돌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스라엘 내 진보 성향 친이스라엘 로비단체 제이스트리트의 나다브 타미르 사무소장은 "트럼프 진영은 가자지구 문제에 집중하느라 서안지구에서 벌어지는 일을 간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착촌에서의 영사 서비스 확대를 "점진적 주권 인정"으로 규정하며, 이스라엘이 서안지구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움직임이 '점진적 병합'으로 불리는 것과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공화·민주 양당 행정부에서 모두 주이스라엘 미국대사를 지낸 대니얼 커처 전 대사는 이번 조치가 트럼프 1기 및 현 행정부가 점령지에서의 이스라엘 정책을 사실상 인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그는 2019년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정착촌이 국제법에 본질적으로 위배되지 않는다고 밝힌 점과, 팔레스타인 업무를 담당해 온 예루살렘 미국 영사관을 폐쇄한 사례를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병합 반대 발언을 무색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