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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AI라는 적토마에 올라타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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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2. 26.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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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호 바운드포 대표이사./
"철학을 전공했는데, 처음 취직하기가 얼마나 어려웠는지 모릅니다."

지난달 다보스포럼에서 팔란티어의 알렉스 카프 최고경영자(CEO)와 블랙록의 래리 핑크 CEO가 나란히 앉았다. 미래 일자리를 주제로 대담을 나누는 자리였다. 두 사람 모두 철학과 출신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다는 말을 들어가며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고 했다. 그 두 사람이 지금 각자의 산업 정상에 서 있다. 팔란티어는 미국 정보기관과 군이 활용하는 데이터 분석 플랫폼으로 블랙록은 운용 자산 규모만 10조 달러를 넘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로 성장했다. 철학이 밥 먹여주냐는 말은 이미 낡은 말이 됐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AI 버블을 이야기한다. 닷컴버블의 기억 때문일 것이다. 2000년대 초 인터넷 열풍이 꺼지면서 수많은 기업이 사라졌다. 그 경험이 지금 AI를 바라보는 시선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하지만 결이 다르다. 닷컴버블은 성공 사례 없이 기대만으로 쌓인 허상이었다. 지금은 증명이 쌓이고 있다. 최근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 체포 작전에 앤트로픽의 클로드와 팔란티어가 실제 활용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테슬라 옵티머스와 현대차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은 공장 현장 배치를 눈앞에 두고 있다. AI는 이미 실험실 밖으로 나와 현실에 발을 디뎠다.

그럼에도 대중은 끊임없이 증명을 요구한다. 어느 수준까지 보여줘야 불안은 가라앉을까. 아마 영영 가라앉지 않을지도 모른다. 불안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본성에 가깝기 때문이다. 시장은 냉정하다. 기대를 밑도는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 등을 돌린다. 성장의 서사가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역시 버블이었다'는 말이 쏟아진다. 그것이 자본의 언어다.

이어령 선생은 말했다. 사람이 말과 달리기를 해선 안 된다고. 말보다 빠를 수는 없다. 말에 올라타 어디로 달려갈지를 고민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했다. AI와 경쟁할 것인가를 따질 것이 아니라,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를 생각하라는 얘기다. 철학을 공부한 두 CEO가 정상에 선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기술과 경쟁하지 않았다. 기술 위에서 인간의 질문을 놓지 않았다. 어떤 데이터를 모으고, 어떻게 판단하며, 무엇을 위해 쓸 것인가. 그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이 말 위에 올라타는 사람이다.

우리는 결국 현실 세계에 산다. 사람을 만나고, 교류하고, 삶을 영위한다. 한스 로슬링의 책 《팩트풀니스》는 말한다. 사람들은 늘 세상이 나빠진다고 믿지만 수치는 반대를 가리킨다고. 기술의 진보와 함께 절대빈곤선은 수십 년 전보다 낮아졌다. 인터넷이 퍼질 때도, 스마트폰이 등장할 때도 사람들은 불안해했다. 그때마다 세상은 나빠지지 않았다. 체감이 현실을 앞서는 것, 그것이 불안의 정체다.

AI 버블론은 주식시장에 한정된 이야기일 수 있다. 전망과 실적 사이의 간극은 시장에 언제나 존재한다. 기대가 클수록 실망도 크다. 하지만 기술이 삶 속으로 스며드는 과정까지 '허상'이라 부르기엔, 이미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다. 병원에서 영상 판독을 보조하고, 공장에서 불량을 잡아내며, 법률 문서를 검토하는 AI는 과장이 아니라 현실이다. 그 현실을 어떻게 다루는가의 문제만 남았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건 AI가 등장하기 전부터 이미 진행 중이던 현상이다. 추천 알고리즘이 골라주는 콘텐츠를 무비판적으로 소비하며 확증편향이 강화되는 모습은 소셜미디어 확장과 함께 우리가 이미 목도해온 일이다. AI가 더해진다고 그 방향이 바뀌진 않는다. 기술의 위협보다 기술을 다루는 사람의 태도가 문제다.

2026년은 병오년(丙午年), 붉은 말의 해다. 공교롭게도 이어령 선생이 말한 '말'이, 우리가 올라타야 할 'AI'가, 그리고 올해의 띠가 모두 겹친다. 예로부터 붉은 말의 해는 변화와 도전의 기운이 강한 해라고 했다. 적토마는 주인을 가리지 않는다. 누가 고삐를 쥐느냐에 따라 전장을 누비는 명마가 되기도 하고, 빈 들판을 홀로 달리는 야생마가 되기도 한다. 다보스에서 철학도 출신 두 CEO가 꺼낸 말이 오래 남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올라탄 사람과 바라본 사람의 거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좁혀지지 않는다.

연초를 맞아 우리 조직의 AI 거버넌스를 점검해보길 권한다. 어떤 데이터를 쓰고, 누가 판단하며, 어디까지 맡길 것인가. 그 질문에 답을 갖춘 조직과 개인이 적토마의 고삐를 쥔다. 2026년이 AI라는 적토마에 올라타는 원년이 되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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