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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 원론적인 문장이다. 지역명은 없었다. 조건과 방향만 있었다. 그런데 발표 직후 전남은 '확정'이라는 단어로 응답했다. 환영 성명이 이어졌고, 숙원 사업의 결실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정치권은 개교 시점을 앞당기겠다고 선언했다.
왜 이런 온도 차가 생겼을까.
전남은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의과대학이 없다. 고령화율은 전국 최고 수준이고, 섬과 농어촌이 많다. 응급환자는 헬기를 타고 육지로 나와야 하고, 중증환자는 타 지역 대형병원으로 이동해야 하는 현실이 반복돼 왔다. '의대 없는 지역'이라는 표현은 전남을 거의 지칭하는 말처럼 들릴 수밖에 없다.
정치적 맥락도 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도민 30년 숙원이 결실을 맺었다고 평가했고, 김원이 의원은 사실상 전남 배정을 기정사실화하며 조기 개교를 공언했다. 지역민의 기대를 결집시키는 메시지다. 오랜 요구가 드디어 정부 정책 문구에 반영됐다는 상징성도 크다.
하지만 행정은 상징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복지부는 끝까지 특정 지역명을 쓰지 않았다. 정책 기준을 제시했을 뿐, 대상 확정이라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다. 이는 정부가 향후 절차와 조건, 타 지역과의 형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는 여지를 남긴 것으로 해석된다.
더욱이 경북과 경남 등 다른 지자체도 의료 격차 해소를 이유로 의대 신설 또는 확대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비록 '의대가 없는 지역'이라는 조건에는 해당되지 않더라도, 지역 의료 불균형 문제는 전국적 이슈다. 정부가 명확한 선정 기준과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각 지역의 해석 경쟁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보건복지부가 말한 것은 '200명 확충 가능'이라는 수치와 일정, 그리고 정책 방향이다. 행정적으로는 대학 통합 승인, 교육부 인가, 예산 확보, 교원 및 시설 기준 충족, 의학교육 평가 인증 등 복수의 절차가 남아 있다. 정책 구조가 곧바로 특정 지역 확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기대는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정책은 문장보다 문서가, 선언보다 절차가 중요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지역의 환영 성명보다 정부의 분명한 답이다.
'의대 없는 지역'이 전남이 맞는지, 맞다면 언제 어떤 조건으로 확정되는지. 모호함은 희망을 키우기도 하지만, 동시에 혼선을 낳는다. 국립의대 설립이 진정한 지역 의료 혁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지금 필요한 것은 환호가 아니라 명확성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