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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다카이치, 이제 한국을 과거사 아닌 안보협력대상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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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재 도쿄 특파원

승인 : 2026. 02. 09. 11:37

최영재 아시아투데이 정치사회총괄에디터
최영재 아시아투데이 도쿄 특파원
일본 총선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이끄는 여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일본 정치는 분명한 분기점을 통과했다. 단순한 정권 재신임이 아니었다. 정치 노선 자체의 이동이다. 전후 일본 정치를 규정해온 '경제 중심·안보 자제'라는 기본 틀이 흔들리고 있다.

이번 선거 결과의 핵심은 의석수 자체가 아니라 정책 추진력이다. 여당은 중의원에서 개헌과 주요 정책을 밀어붙일 수 있는 수준의 동력을 확보했다. 그동안 정치 구호에 가까웠던 헌법 개정 논의가 실제 정치 일정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커졌다. 국가안전보장전략 등 안보 관련 3문서 개정, 방위력 증강, 스파이방지법(간첩방지법) 제정 논의가 동시에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된 것이다.

이 변화는 한국에도 직접 영향을 준다. 한국이 오랫동안 상대해 온 일본은 '군사적으로 제약된 국가'였다. 그러나 앞으로 마주할 일본은 '안보 역량 확대를 추진하는 국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 내부 논쟁의 성격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의 대립 구도는 평화주의 대 보수였다. 이제는 야당이 몰락하고 중국과 북한을 중심으로 한 안보위협에 일본이 "어디까지 현실 대응을 할 것인가"라는 정책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다.

따라서 다카이치 대승 이후 한일관계의 핵심 변수는 역사보다 안보로 이동한다. 일본이 방위력 강화를 추진할수록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은 오히려 커진다. 일본 입장에서 한반도는 중국과 태평양을 잇는 해상 교통로의 관문이다. 미군 전개와 후방지원 구조의 핵심 축이기도 하다. 일본의 안보 정책이 현실화될수록 한국을 배제한 외교는 성립하기 어렵다.

일본정치의 보수화가 곧 한일 협력 약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번 선거는 일본 국내 정치의 방향 변화가 역설적으로 주변국과의 협력 필요성을 동시에 키울 수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구조로 한미일 협력을 설정하고 있는 점도 이러한 흐름을 강화하는 요인이다.

한국 역시 이를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의 변화'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물론 위험요인도 존재한다. 일본 국내 정치에서 보수 지지층 결집이 강해질수록 역사 인식이나 영토 문제 발언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정치적 수사와 실제 외교는 분리되지만, 국내 정치용 발언이 여론을 자극하면 양국 관계는 쉽게 흔들린다. 일본 정치가 우측으로 이동하는 국면에서 감정 충돌 관리 능력이 한일관계의 안정성을 좌우하게 된다.

결국 이번 선거 이후 한일관계의 본질은 "갈등이 줄어드느냐"가 아니라 "관리 가능한 관계가 되느냐"에 있다. 일본은 안보 국가로 이동하고 있다. 한국은 그 변화의 가장 가까운 외교 상대국이다. 과거사 갈등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관계의 중심축은 '과거사'에서 '전략'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한국이 준비해야 할 지점도 분명하다. 일본의 안보정책 변화를 여야간의 당리당략 차원서 소비하지 말고 초당적 군사·외교 협력 구조 속에서 분석해야 한다. 또한 방위 협력과 경제안보 협력은 구분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 감정적 대응보다 제도적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 일본의 변화는 일시적 정권 성향이 아니라 장기적인 구조 변화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제 한일관계는 '과거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의 문제에서 '앞으로 무엇을 함께 대응할 것인가'의 문제로 이동하고 있다.

최영재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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