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군비 증강과 동아시아 협력 확대… 한국산 무기 조달 본격화
WSJ "유럽과 아시아, 중국 부상과 미국 의존 속 공동 위험 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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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는 캐나다와 대부분의 유럽 국가, 일본·한국·호주·인도·브라질·튀르키예 등 '중견국(middle powers)'들이 새로운 세계 질서에서 살아남기 위해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며 이러한 움직임은 중견국들이 스스로를 '도로 위의 희생양(roadkill·자동차에 치여 죽는 동물)'으로 만들지 않기 위한 대응이라고 분석했다.
◇ 미·중 사이서 흔들리는 국제 질서..."중견국들, 불쾌한 대안 사이서 갈팡질팡"
WSJ는 많은 국가가 새롭게 형성되는 세계 질서 속에서 방향을 잃은 듯한 상태(unmoored)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국제 규범 질서의 리더로서 오랜 역할에서 후퇴하고 있으며, 경제적·군사적 힘을 활용해 다른 국가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중국은 스스로를 새로운 책임 있는 강대국이자 '방 안의 어른(the grown-up in the room)'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각국은 중국이 글로벌 무역 규칙을 자국에 유리하게 굽히려고 하는 권위주의 국가라고 보고 신뢰하지 않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에스워 프라사드 미국 코넬대 경제학 교수는 WSJ에 "나머지 국가들이 이 두 가지 불쾌한 대안(unsavory alternatives)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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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에 따르면 중견국들은 두 가지 방식으로 스스로를 보호하려 하고 있다. 하나는 강대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자립 강화, 다른 하나는 공급망·무역로·안보 협력 등 특정 사안별 연합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세계 곳곳에서는 무역 협정 체결이 계속되고, 동시에 군사비 지출이 확대되고 있다.
캐나다의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지난달 20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진행된 세계경제포럼(WEF)에서 "국제 규범에 기반한 질서(Rules-based Order)는 사실상 끝났다"며 강대국들이 경제 통합을 무기화하고, 관세를 지렛대로 쓰며, 금융 인프라를 강압 수단으로, 공급망을 악용할 수 있는 취약점으로 활용하고 있는 시대에 미국과 중국 사이의 '중견국'들이 생존을 위해 독자적인 협력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카니 총리는 "중견국들은 반드시 함께 행동해야 한다. 우리가 식탁에 앉지 못한다면, 메뉴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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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국가들은 한국·일본·싱가포르·호주·뉴질랜드 등 동아시아의 유사 입장 국가들과 국방·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회원국들의 군사 지출을 지원하기 위한 재정 프로그램을 출범시켰고, 캐나다도 지난해 12월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WSJ는 한국이 일부 유럽 국가들의 주요 무기 공급국으로 부상했다고 전했다. 폴란드는 K-2 전차·K9 자주포를, 빌트 3국에 속하는 에스토니아는 K9 자주포·다연장 로켓 '천무'를, 노르웨이는 천무를 한국으로부터 구매하고 있다.
이와 함께 WSJ는 영국·이탈리아·일본이 2035년을 목표로 6세대 전투기를 공동 개발하고 있으며, 영국과 호주가 미국과 함께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도 핵추진 잠수함 보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런던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닐 멜빈 국제안보 연구국장은 WSJ에 "중국의 부상을 반영하는 동시에 어느 정도 미국에 대한 헤징(Hedging·위험 분산) 역할을 하는 유럽과 아시아 사이의 유대가 점점 거대해지는 문어처럼 얽혀가고 있다(growing octopus)"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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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WSJ는 유럽이 포병·전차·잠수함·함정은 자체 생산할 수 있지만, 전투기·군사 위성·핵 억지력 등 핵심 영역에서는 여전히 미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1월 26일 유럽의회 연설에서 "미국 없이 유럽이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계속 꿈을 꾸라(Keep on dreaming)'"고 선을 그었다. 이어 "당신들은 할 수 없고, 우리도 할 수 없다. 우리는 서로가 필요하다"고 못 박았다.
WSJ는 세계가 점차 신뢰를 기반으로 한 더 작은 국가 집단들이 뭉치는 국면으로 재편되고 있지만, 중견국들은 가치와 이해관계의 차이로 인해 공통 분모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 단기적 이해에 매몰될 경우 안정을 해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