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사법농단’ 양승태 항소심 실형… 재점화된 ‘직권남용’ 기준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2.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203010000753

글자크기

닫기

손승현 기자

승인 : 2026. 02. 02. 17:40

법원, 1심 뒤집고 징역형 집유 선고
"권한 없더라도 재판 개입은 직권남용"
법조계에선 직권남용 범위 놓고 이견
사법부를 뒤흔든 이른바 '사법농단' 사태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
'사법농단'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양승태 전 대법원장<사진>이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이 직권남용죄를 확대 해석하면서 1심의 무죄 판단을 뒤집은 만큼, 향후 있을 대법원 판단에 이목이 집중된다.

서울고법 형사14-1부(박혜선 부장판사)는 지난달 30일 직권남용 등 혐의를 받는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 원심 판결을 뒤집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개별 사건의 재판에 개입하는 행위가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남용이라고 판단했다.

앞서 2024년 1월 1심은 재판개입 의혹의 일부 사실관계를 인정했으나 "대법원장은 재판에 관여할 권한이 없다"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장에게는 재판에 관여할 권한이 애초부터 없었으므로, 권한을 남용했다는 요건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예를 들어 경찰이 아닌 사람이 경찰 행세를 하면서 권한을 행사했다 하더라도, 이는 경찰을 사칭한 행위일 뿐이지 '직권남용'은 아니라는 뜻이다. 즉, '직권이 없으니 남용도 없다'는 의미이다. 그간 대법원 역시 이러한 판례를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직권남용죄의 구성요건을 잘못 해석한 것이라며 정반대의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재판 개입은 본래 누구에게도 허용된 권한이 아닌데, 원심 논리를 따른다면 위법한 행위는 애초에 권한이 없으므로 항상 직권남용이 성립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서울고법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이에 따라 상고심에서는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이 어디까지 미치는지, 그리고 재판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행위를 직권남용으로 볼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 역시 이번 항소심 판결을 두고 직권남용죄의 적용 범위에 대한 이견이 엇갈렸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직권남용죄를 과도하게 확장하면 거의 모든 권한 행사가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어 죄형법정주의에 반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이 미리 정한 범위를 벗어나 형벌을 적용하면 안 된다는 의미이다. 이어 "대법원이 직권남용죄의 성립 요건과 사법행정권의 범위에 대해 구체적이고 통일된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반면,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심 판결은 형식적인 논리에 치우친 판단"이라고 지적하며 "대법원장은 재판에 개입할 권한이 없지만, 지위상 실제로는 재판부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사실상 영향력'을 직권남용 판단에서 고려한 2심 판단을 상고심에서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손승현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