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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오늘의 가지치기, 내일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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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훈 기자

승인 : 2026. 01. 2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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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훈 정치부 기자
강한 정당은 숲과 닮았다. 오래된 나무와 어린 나무가 함께 자라야 생명력이 유지된다. 어린 나무라고 보호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잘못 자란 가지는 손질하고 그 책임 또한 피할 수 없다. 정치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다. 오늘의 갈등을 피하려다 내일의 주자를 제거하는 선택은 결국 정당의 체력을 소진시킨다.

이 문제의식은 최근 국민의힘을 뒤흔든 한동훈 전 대표의 당원 게시판 사안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한 전 대표의 논란은 결코 가볍지 않다. 논란이 수개월간 이어지는 동안 한 전 대표는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지 못했다. 대응은 미흡했고 갈등을 봉합하기보다 당내 분열을 증폭시켰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뒤늦게 내놓은 사과 역시 충분하지 않았다. 책임의 범위는 불분명했고 사태에 대한 구체적 반성과 개선 의지는 뚜렷하지 않았다. 젊은 정치인이라는 이유로 책임에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이번 사안은 한 개인의 정치적 미숙함을 넘어 책임 정치의 기준이 어디까지 작동하는지를 시험하는 사례다. 국민의힘의 고민은 이 지점에서 한층 깊어진다. 이번 사안이 책임을 바로 세우는 선택인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인물을 제거함으로써 갈등을 봉합하려는 선택인지도 따져볼 문제다.

보수 정치는 과거에도 위기를 맞을 때마다 인재를 교정하기보다 차세대를 정리하는 방식으로 국면을 관리해 온 전력이 있다. 특히 이준석 전 대표에 이어 한 전 대표까지, 국민의힘은 내부의 젊은 정치인을 키우기보다 밀어내는 흐름을 반복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인물 갈등이 아니라 보수 정치가 미래를 재생산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

한 전 대표는 현재 당 지도부의 제명 심사를 앞두고 있다. 정치적 책임을 묻는 절차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 다만 제명은 정당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조치이자 사실상 정치적 생명을 단절시키는 결정이다.

국민의힘의 이번 선택은 쇄신의 출발점이 될 수도, 또 하나의 인재 단절 사례로 기록될 수도 있다. 한 인물의 과오를 평가하는 일과, 그를 정치적으로 퇴출시키는 일은 구분돼야 한다. 잘못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정치적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는 구조라면 남는 것은 고령화된 인재 풀과 반복되는 인물 고갈뿐이다. 숲은 하루아침에 늙지 않는다. 오늘의 가지치기가 내일의 그늘을 결정한다. 그 책임은 결국 보수 정치 전체가 감당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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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8일 당원 게시판 사건과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한 전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박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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