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봉사활동 미끼로 ‘AI 농업’ 투자사기…‘2000억’ 꿀꺽 총책에 중형 선고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2.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120010009725

글자크기

닫기

손승현 기자

승인 : 2026. 01. 21. 18:56

[법정B하인드]
法 "범행 계획하고 주도적 실행"
법원 박성일기자 2
서울중앙지법/박성일 기자
법정B하인드
"자사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실명 인증을 해야만 후원금을 주겠다." "AI 기술 활용한 친환경 사업에 투자하라."

정모씨는 2024년 3월 서울 구로구의 한 사무실을 빌려 주식회사 '글로벌골드필드'를 설립했다. 글로벌골드필드는 '더 많은 이들의 봉사와 사회 공헌 참여 독려'라는 봉사단체 후원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정씨는 글로벌골드필드를 앞세워 각종 봉사활동단체 행사에 참석하거나 단체 회원들을 상대로 강연을 하며 회사를 알리고 투자자들을 모집했다. 정씨 일당은 봉사활동단체 회원들을 상대로 "봉사활동 인증사진을 보내면 10만원 이내의 후원금을 지급하겠다"며 접근했다.

정씨 일당은 먼저 "자체 제작한 투자금 수신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실명 인증을 해야만 후원금을 주겠다"며 타깃으로 삼을 피해자 그룹을 확보했다. 이후 'AI 친환경 농업' 투자를 빌미로 본격적인 사기 행각을 시작했다. 이들은 "AI를 활용한 농업 생태환경 사업 펀드상품에 투자하면 원금을 보장하고 연 이율 200% 이상 수익금을 지급하겠다"며 "해외 본사에서 3조원의 기부금을 받아 수익금을 준다"고 홍보했다. 또 고령층이 애플리케이션 이용에 어려움을 겪을 것을 고려해 투자금을 직접 수금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친환경 농업 사업을 수행할 자원이나 계획은 전혀 없었다. 그들이 해외 본사로 홍보한 곳은 초국적 범죄의 온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캄보디아'였다. 수익 구조 역시 신규 투자자의 투자금을 기존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이른바 '돌려막기' 방식이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약 2500명, 피해 금액은 2100억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해 정신적 고통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피해자까지 발생했다.

정씨 범행에 가담한 조직원들은 감금 상태에서 강요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해외 취업 안내 사이트나 지인 소개를 통해 "캄보디아에서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합류했으나, 하루 12시간 이상 근무해야 했고 외출과 전자기기 사용도 제한됐다. 전기충격봉으로 무장한 경비원도 이들이 머무른 건물 앞에 배치됐다. 이들은 캄보디아 본사 내 콜센터와 고객센터에서 일하며 국내 봉사활동단체에 후원금을 지급하거나 애플리케이션 가입 유도, 펀드상품 투자 권유, 투자금 관리·수익금 지급 등을 담당했다. 조직원 중 일부는 사업이 사기였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범행에 가담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지난 7일 범죄단체 조직·가입·활동 등 혐의로 기소된 총책 정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하고 137억1883만5000원의 추징을 명했다. 범죄단체활동 등 혐의로 함께 기소된 조직원 3명에게도 징역형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한국 법인 대표자이자 범죄단체 총책인 정씨는 수많은 피해자에게 큰 재산적 피해를 가함과 동시에 거액의 범죄 수익을 향유했다"며 "피해자들로부터 얻은 수익 대부분을 은닉하고 피해 회복에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어 엄한 형벌을 부과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각종 증거와 관계자 증언이 총책을 정씨로 지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범행을 일체 부인하고 책임을 성명 불상의 캄보디아 소재 본사 조직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지난해 빠르게 늘어나는 초국가범죄를 대응하기 위해 '초국가범죄 대응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공식 출범했다. TF는 경찰과 함께 로맨스스캠 범죄조직 등 해외에 체류하고 있는 피의자들의 신병 확보를 위해 인터폴에 국제 공조수사를 요청하는 등 추적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손승현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