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소득원’ 된 초과근무… 밤샘은 줄지 않았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2.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120010009158

글자크기

닫기

세종 김남형 기자

승인 : 2026. 01. 19. 18:01

[일하는 시간을 다시 묻다]
上 장시간 노동을 고착시킨 요인들
실노동시간 OECD 평균보다 많아
단시간 노동 적고 시간 배분 부족
제조업 중심 산업 구조 영향도 커
"현장 신뢰 얻을 제도 설계 필요성"
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주 4.5일제 도입을 추진하면서 근로시간 단축 논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근로시간 문제는 단순한 제도 도입만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사안으로, 고용 구조와 임금 체계, 산업 특성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이에 아시아투데이는 근로시간이 쉽게 줄지 않는 배경을 살펴보고, 기존 제도가 왜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지, 줄어든 시간이 왜 휴식으로 이어지지 않는지를 차례로 짚는다. <편집자주>

우리나라의 노동시간은 제도적으로는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긴 편에 속한다. 주 40시간제가 시행된 지 20년이 넘었고 주 52시간 상한도 도입됐지만, 현장에서 체감되는 노동시간은 기대만큼 줄지 않았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연간 실노동시간은 1859시간으로 집계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742시간보다 100시간 이상 많다. 장시간 노동 국가라는 과거 인식과 비교하면 개선된 수치지만, 노동시간 단축 논의가 본격화된 시점을 고려하면 감소 속도는 완만한 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노동시간이 쉽게 줄지 않는 배경으로는 고용 구조가 먼저 꼽힌다. 단시간·파트타임 노동 비중이 낮아 전체 평균 노동시간이 빠르게 줄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육아나 돌봄 등 생애 주기에 따라 근로시간을 줄였다가 다시 늘릴 수 있는 전환형 시간선택제가 정착되지 못한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노동시간이 긴 이유 중 하나는 단시간 노동자 비중이 다른 나라보다 낮기 때문"이라며 "노동시간 단축은 총량을 줄이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시간을 어떻게 배분하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임금 체계 역시 장시간 노동을 떠받치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연장·휴일근로에 따른 가산수당이 임금 보전 수단으로 자리 잡으면서, 근로시간이 곧 소득과 직결되는 구조가 고착됐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기존 인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비용 측면에서 유리하고, 노동자 입장에서도 초과근무 수당이 중요한 소득원이 되면서 장시간 노동이 노사 간 관행으로 굳어졌다.

채준호 전북대 경영학과 교수는 "장시간 노동은 사용자에게는 비용 절감 수단이 되고, 노동자에게는 초과근무 수당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굳어져 왔다"며 "이 구조에서는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고민이 쉽게 작동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산업 구조의 영향도 크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에서는 설비 가동률과 생산 일정에 맞춰 노동시간이 설계되는 경우가 많다. 교대제와 야간근무가 일반화된 업종에서는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이 곧바로 인력 충원이나 설비 투자로 이어질 수 있어, 제도 변경만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제도 활용의 한계도 노동시간 단축 효과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선택적 근로시간제, 탄력근로제, 재량근로제 등 다양한 제도가 법에 마련돼 있지만, 사전 설계와 노사 합의 요건이 까다로워 실제 현장에서는 활용도가 낮은 편이다. 제도가 사용자 편의 중심으로 설계됐다는 인식도 확산에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이에 전문가들은 고용 구조와 임금 체계, 산업 환경을 함께 고려하는 중장기 과제로 다뤄야 한다고 지적한다. 구조적 요인이 해소되지 않는 한,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현장에서의 체감 변화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준희 광운대 법학부 교수는 "근로시간 관련 제도들이 있음에도 활용도가 낮은 것은 제도 설계가 현장의 신뢰를 충분히 얻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제도를 늘리는 것보다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남형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