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0 |
| 강원도 원주시 부론면의 한적한 들녘 한가운데, 한때 교인 한 명 없이 문을 닫았던 작은 교회가 다시 생명의 숨결을 품고 있다. 작실교회를 다시 열어 14년째 농사와 택배 노동으로 마을의 삶 속에 스며들며 목회를 이어가고 있는 이는 강재석 목사다. / 사진=작실교회 |
강원도 원주시 부론면의 한적한 들녘 한가운데, 한때 교인 한 명 없이 문을 닫았던 작은 교회가 다시 생명의 숨결을 품고 있다. 이름도 소박한 작실교회. 이 교회를 다시 열어 14년째 농사와 택배 노동으로 마을의 삶 속에 스며들며 목회를 이어가고 있는 이는 강재석 목사다.
처음 ‘작실교회’를 소개하면 사람들은 웃음을 짓는다. ‘작실’이 아닌 ‘작살’을 떠올린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작실(柞室)은 참나무가 많던 마을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강 목사는 이 이름을 ‘작심하고 실천하는 교회’로 다시 읽는다. 말이 아니라 삶으로 복음을 증언하겠다는 다짐이 이 작은 교회의 정체성이 됐다.
◇ 문 닫힌 교회에서 시작된 순종의 걸음
강 목사는 교인이 없어 폐쇄됐던 교회에 부임하며 농촌목회의 길에 들어섰다. 당시 고등학생과 초등학생이던 세 자녀, 그리고 아내와 함께 귀농을 결단했다. “동네 어르신들의 머슴이 되겠다”는 마음 하나로 마을에 들어왔다.
작실마을 주민 대부분은 농부다. 강 목사는 설교단보다 논밭에서 먼저 만났다. 함께 씨를 뿌리고 땀을 흘리며 흙 묻은 옷으로 하루를 마쳤다. 땅을 빌려 농사를 시작했고, 문을 닫으려던 무료 공부방도 자청해 맡았다. 허리가 휘는 노동의 현장,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차별과 외로움 속에서 그는 성경이 말하는 정의와 사랑, 공동체의 의미를 다시 배웠다.
그는 “목회자가 이웃의 삶을 살아낼 때, 교회는 비로소 복음의 얼굴을 갖게 된다”고 말한다. 공감은 자연스럽게 마음의 문을 열었고, 전도는 말이 아니라 관계로 흘러갔다.
 | | 0 |
| 강원도 원주시 부론면의 한적한 들녘 한가운데, 한때 교인 한 명 없이 문을 닫았던 작은 교회가 다시 생명의 숨결을 품고 있다. 작실교회를 다시 열어 14년째 농사를 지으며 마을의 삶 속에 스며들며 목회를 이어가고 있는 강재석 목사. / 사진=작실교회 |
◇ 어르신들의 마지막을 품는 공동체
마을을 한 집 한 집 방문하며 강 목사가 가장 먼저 마주한 현실은 고령화였다. 자녀는 있으나 찾아오지 않는 어르신들, 힘에 부친 농사와 열악한 생활 여건 속에 홀로 남겨진 노년의 삶이었다.
강 목사는 교회가 이들의 마지막 곁을 지켜야 한다고 믿었다. 뜻을 같이한 주민들과 함께 ‘상생 농촌 공동체’를 세웠다. 2012년 11월, 지역 주민과 교계 인사들이 모여 창립예배를 드렸고, 교회 농지 위에 작은 공동체 건물이 세워졌다. 자원봉사자들과 교인들의 손으로 지어진 이 공간은 이제 어르신들의 쉼터이자 가족이 됐다.
◇ 택배차가 심방이 되고, 밥상이 사역이 되다
공동체 어르신들의 식탁을 책임지기 위해 강 목사는 매년 약 1만 평의 논밭을 빌려 농사를 짓는다. 벼와 옥수수, 고구마, 복숭아가 자란다. 먹을 것은 자급하고, 남는 농산물은 도시로 보낸다. 트랙터를 마련해 직접 논밭을 갈며, 장차 마을 어르신들의 농사까지 돕겠다는 꿈도 품고 있다.
농산물 판매를 위해 시작한 택배 일은 뜻밖의 목회 현장이 됐다. 택배차를 몰고 가가호호를 오가며 자연스레 마을의 사정을 알게 됐고, 교인들의 기도 제목은 더 깊어졌다. “형님, 형수님”이라 부르는 호칭 하나가 마음의 담을 허물었다. 그렇게 그는 ‘농부 목사’, ‘택배 목사’로 불리게 됐다.
부론면 소재지에서는 다문화 가정과 조손가정 아이들을 위한 무료 공부방도 이어지고 있다. 방과 후 교실에서 아이들의 숙제를 돕고, 따뜻한 저녁 한 끼를 내어주는 일상 속에서 교회는 또 하나의 가정이 되고 있다.
◇ 잃어버린 자를 찾아가는 교회
코로나19를 지나며 연로한 성도들의 소천으로 교회는 다시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강 목사는 멈추지 않았다. 택배와 심방을 병행하며 하루하루 마을을 걸었다. 그 길 위에서 교회는 다시 사람을 얻었다. 연령대도 점차 낮아졌고, 작실교회는 조직교회 전환과 자립을 바라보는 단계에 이르렀다.
강 목사는 남은 사역의 시간을 ‘영성 힐링 공동체’에 바치고자 한다. 교회 주변 임야에 산책로와 과수원을 조성해 ‘작실나이요트’라는 쉼의 공동체를 준비 중이다. 낮에는 노동하고, 밤에는 기도와 말씀으로 영혼을 세우는 자리다.
그가 붙드는 고백은 분명하다. “목회는 잃어버린 한 마리를 찾는 일이다.” 요한복음과 누가복음의 말씀처럼, 위험과 오해를 감수하면서도 끝내 한 영혼을 포기하지 않으시는 예수님의 마음을 닮고 싶다는 것이다.
강 목사는 말한다. “잃어버린 이를 찾는 줄 알았는데, 그 길에서 하나님이 잃어버린 나를 다시 찾아주셨다.”
작심하고 실천하는 이 작은 농촌교회의 이야기가 오늘 한국교회에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으로 다가오고 있다.
 | | 0 |
| 강원도 원주시 부론면의 한적한 들녘 한가운데, 한때 교인 한 명 없이 문을 닫았던 작은 교회가 다시 생명의 숨결을 품고 있다. 작실교회를 다시 열어 14년째 택배 노동으로 마을의 삶 속에 스며들며 목회를 이어가고 있는 강재석 목사. / 사진=작실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