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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숙의 서울ON] ‘다시, 강북 전성시대’에 던지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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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숙 기자

승인 : 2025. 12. 30. 11:15

내년 지방선거 앞두고 연말에 집중된 '다시, 강북 전성시대'
대형 프로젝트의 나열 아닌 강북의 삶은 바뀌고 있는가
‘강북'만의 도시 정체성 확보한 '직주락' 개발 구체화해야
강북횡단 지하도시고속도로 건설 계획 발표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8일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강북횡단 지하도시고속도로 건설 계획을 설명하며 고가도로 모형을 떼어내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정재훈 기자
박지숙의 서울ON 컷
오세훈 서울시장이 연말 들어 '다시, 강북 전성시대'를 유독 강조하고 있다. 지난 11월 24일 '서울디지털바이오시티(S-DBC) 컨퍼런스'를 시작으로, 한 달 사이 강북 전성시대를 전면에 내세운 보도자료만 7건. 아시아 출장 등 바쁜 일정 속에서도 현장 방문은 세 차례나 이어졌다.

창동차량기지 이전을 계기로 한 서울디지털바이오시티 조성, 창동 서울아레나 건설, 상봉·동서울터미널 등 노후 터미널 현대화, 내부순환로와 북부간선도로 지하화를 통한 '강북 횡단 지하도시고속도로' 구상까지. 대형 개발 프로젝트들을 연이어 발표하며 서울의 성장 축을 재편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 흐름은 단순한 지역 개발일까? 정치적으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강북 유권자들을 겨냥한 정책적 포석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러나 강북이 서울의 지역 불균형을 상징해온 공간이라는 점 역시 부인하기 어렵다. 한때 도심이자 부도심이었던 강북은 시간이 흐르며 주거·교통·일자리 측면에서 '노후·낙후·부족'이라는 이미지로 고착됐고, 개발 담론은 늘 '강남 따라잡기'에 머물러 왔다.

하지만 서울의 원형은 강북에 있다. 조선시대 경복궁과 광화문을 중심으로 사통팔달로 뻗은 도성의 중심축, 북한산 자락을 병풍처럼 두른 배산임수의 지형, 은평·마포·서대문·종로·성동·동대문·성북·강북·도봉·노원으로 이어지는 생활권은 서울의 '본토 정서'를 형성해왔다. 강북의 힘은 개발되지 않은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온 시간이 켜켜이 쌓인 서울시민의 삶과 애환에 있다. 골목마다 단골 가게가 있고, 학교·시장·공원이 생활 반경 안에 있다. 북한산과 도봉산, 수락산 자락 아래에서 출퇴근길과 산책길이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오래 삶의 터전으로 가꿔온 이들이 새로 온 이웃을 자연스럽게 품는, 여전히 인간의 정이 살아 있는 곳이다. 오 시장이 강북구 삼양동에서의 어린 시절을 종종 회상하듯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진 정겨운 터전은 강북이 가진 가장 큰 도시 자산이다.

그렇다면 질문은 하나다. '다시, 강북 전성시대'는 어디까지를 바꾸고 무엇을 끝까지 지켜내겠다는 약속일까. 이런 맥락에서 '다시, 강북 전성시대'는 단순한 개발 구호가 아니라 도시 정체성 회복을 전제로 한 균형발전 전략으로 가야 한다. 정책학적으로 이는 대규모 재개발이 아니라, 변화의 결절점에 집중 투자해 파급 효과를 확산시키는 '도시 침술(urban acupuncture)' 전략이며, 특정 지역의 맥락과 강점을 중심으로 설계하는 장소 기반 발전(place-based development) 접근이다.

강북만의 정체성을 지운 채 고층 빌딩과 랜드마크만 세우는 방식은 과거 개발지상주의의 반복일 뿐이다. 강북 전성시대의 성패는 강북이 자기 이야기를 지켜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강남처럼 만드는 것이 목표인가, 아니면 강북답게 성장하는 새로운 도시 모델로 탄생시키겠다는 것인가. 서울의 '온기'라는 원형을 보존하면서 미래 기능을 결합하는 것. 그것이 '다시, 강북 전성시대'가 진짜로 찾아야 할 답이 아닐까.

[포토] 동서울터미널 일대 둘러보는 오세훈 시장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5일 서울 광진구 동서울터미널을 방문해 현대화 사업 추진 계획을 보고받고 일대를 둘러보고 있다. /정재훈 기자
박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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