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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급격한 해안 침식 위기…‘파도 에너지 변화’가 진짜 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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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원 시드니 통신원

승인 : 2025. 12. 22. 14:15

기후 변화로 해안선 후퇴·마을 전체 위협
“침식 가속화…일부 해변 사라질 수도”
호주 해안선 후퇴 비상… '파도 에너지 변화'가 진짜 범인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 센트럴 코스트의 왐베랄 테리갈 비치의 한 주택이 해안 침식으로 붕괴될 위기에 처해있다./EPA 연합뉴스
호주의 상징과도 같은 아름다운 해변들이 급격한 해안 침식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호주 ABC 뉴스는 21일(현지시간) 파도의 에너지 흐름 변화가 해변 침식을 가속화하고 있어 향후 일부 해변이 사라질 수 있다고 전했다.

해안 공학 전문가인 앵거스 고든 박사는 현재 위기가 단순히 해수면 상승 때문만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핵심은 기후 시스템의 위도 변화”라며 “기후 변화로 폭풍과 저기압 발생 위치가 달라졌고, 이에 따라 파도의 방향과 세기를 결정하는 ‘파동 에너지 유량(wave energy flux)’이 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전과 다른 파도 에너지가 해변에 작용하면서 모래나 토양이 씻겨 나가고, 고정 구조물이 이를 견디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침식을 막기 위해 해안벽을 건설하고 모래를 채워 넣는 사업이 시행되고 있지만, 문제는 결국 비용이다. 빅토리아주 인버록에는 연방·주 정부로부터 약 330만 달러(한화 약 3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으나, 지자체는 “지속적인 모래 보충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보호 시설 혜택을 받는 사유지 소유주들에게 비용을 분담시키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해안 침식과 기후 변화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다. 호주 정부의 ‘국가 기후 위험 평가(NCRA)’ 2025 보고서에 따르면 해안 침식·홍수 등 위험으로 2030년까지 주택 가치 손실이 약 5710억 호주 달러(한화 약 558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2050년까지는 이 손실이 6110억 호주 달러(한화 약 597조 원)로 늘어나며, 150만명 이상의 호주인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일부 해변 마을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단기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이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험 불가 주택이 100만채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이러한 위험이 부동산 시장 전체를 위협한다며 해안 지역 개발 제한과 적응 전략을 촉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또 대중이 일부 해변을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구조물을 세워 바다를 막는 방식이 거론되지만, 임시방편일 뿐이라고 경고했다.
이대원 시드니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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