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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내각 이래 '가지지 않고, 만들지 않고, 들여오지 않는다'는 비핵 삼원칙이 국가정책의 핵심이다. 유일한 전쟁 피폭국으로서 핵 보유 논의 자체가 정치인·관료 사이에서 금기시돼 왔다. 오프레코드에도 불구하고 발언 내용의 중대성으로 인해 언론에 보도되면서 파장이 커졌다.
기하라 미노루(木原稔) 관방장관은 19일 총리관저 정례 기자회견에서 "정부로서 비핵 삼원칙을 견지하고 있다"며 정책 변화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해당 보좌관의 진퇴 문제에 대해서는 "개별 인사 사항에 대해서는 논평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관저 내부에서는 "입장을 알지 못한 부주의한 발언"이라며 해당 인사의 자질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발언을 개인 의견으로 규정했으나, 총리 직속 보좌관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내각 신뢰도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관방장관 회견 사진이 공개된 가운데, 총리관저는 추가 해명 없이 상황을 지켜보는 모양새다.
여당 자민당 내에서도 비판이 잇따랐다. 나카타니 겐(中谷元) 전 방위상은 19일 기자단에 "친구 내각이라고 말하지 않도록, 확실한 인물을 인선해야 한다"며 교체 필요성을 지적했다. 그는 "총리 측근으로서 발언에 신중해야 하며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야당 공세는 더욱 거셌다. 입헌민주당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조속히 그만두는 것이 타당하다"고 사퇴를 요구했다. 공명당 사이토 테츠오 대표는 "罷免에 값한다"고 강경 발언을 내놨다. 일본공산당 타무라 토모코(田村智子) 위원장도 "고위관의罷免을 요구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20일 브리핑에서 "일본은 핵 비확산 체제의 세계적 리더"라고 평가하며 일본의 비핵 정책을 강조했다. 이는 핵무장론에 대한 미묘한 거리 두기로 해석된다. 한 외교 소식통은 "워싱턴이 일본 내부 핵 논의를 경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의 핵보유 발언 배경에는 주변국의 핵 위협 고조가 있다. 중국의 핵탄두 수는 수년 내 1000기를 초과할 전망이다. 북한도 핵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언론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함께 진행되는 핵 위협도 일본 불안을 키운다고 전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모든 옵션 검토" 발언이 재조명된다. 일본 총리실은 비핵 원칙과 안보 현실 사이 긴장 속 수습에 나설 전망이다. 야당의 경질 요구가 고조되는 가운데 내각 안정화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