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사자만 5만명, 연 매출 약 4조8000억원 규모
K-컬쳐 세계적 인기에 시장도 인기…서울시 "글로벌 헤리티지 마켓으로 거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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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을 찾은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쇼핑을 즐기고 있다. /정재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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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라, 골라. 골라 잡아~" 시장 판매 호객 소리가 익숙했던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1414년 문을 연 이곳은 무려 600년 넘게 서울의 '생활 현장'을 지켜온 국내 최고(最古) 전통시장이다. 한때는 낡고 허름한 시장, 관광객이 잠깐 들러 기념품만 사는 공간으로 인식됐지만, 최근 남대문시장은 전혀 다른 얼굴로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K-컬처의 세계적 인기로 외국인 관광객 발길이 급증하면서, 남대문은 다시 서울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 골목 곳곳에는 영어·중국어·동남아 언어가 자연스럽게 오간다. 값싼 도매시장이라는 이미지보다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살아 있는 서울"이라는 평가가 늘고 있다.
21일 서울시에 따르면 남대문시장은 약 1만2000여 개 점포, 종사자 5만명, 연간 매출 약 4조8000억원 규모의 국내 최대 단일 전통시장이다. 의류·아동복·안경·잡화 등 취급 품목만 1700여 종에 달한다. 그야말로 '없는 게 없는' 시장이다.
최근 변화의 중심에는 시가 추진 중인 '남대문시장 일대 혁신 프로젝트'가 있다. 시는 남대문을 단순한 상거래 공간이 아닌, '글로벌 헤리티지 전통시장'으로 재정의했다. 낡은 시장을 밀어내는 재개발이 아니라, 역사성과 일상을 살리는 방식의 현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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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관계자는 "해외 주요 도시의 전통시장이 미식·관광·체험을 결합한 복합 문화공간으로 진화했다"며 "일반적으로 해외 전통시장들은 대부분 공공 소유로 체계적인 관리와 투자가 가능한 반면 서울의 전통시장은 민간 소유가 많아 공공주도의 전면적인 혁신은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시는 시대적 변화에 맞게 전통시장 본연의 역사성과 지역 상권 특성을 살리는 동시에 민간 소유 구조에 적합한 맞춤형 혁신 모델을 마련해 100년 후에도 찾고 싶은 매력적인 전통시장 조성을 비전으로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특히 10년 넘게 K-컬쳐가 지속적으로 세계 속에서 인정받고 최근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인기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크게 늘어났다. 시장 상인들이 먼저 그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아동복 코너에서 30년 넘게 장사를 해온 이정건(가명) 씨는 "예전엔 단체 관광객이 잠깐 둘러보는 정도였는데, 요즘은 개별 여행객이 직접 가격을 묻고 흥정을 한다"며 "중국·동남아 손님도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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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중심 가로에 '디자인 아케이드'가 설치돼 있다. /정재훈 기자 |
시는 남대문시장 혁신의 핵심을 '사람 중심'에 두고 있다. 대형 쇼핑몰처럼 깔끔하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시장 특유의 역동성과 생활성을 살리는 방향이다.
다만 아케이드가 설치된 중심가로는 이전보다 훨씬 밝아졌지만, 골목 안쪽으로 들어서면 남대문시장 특유의 높은 밀도와 혼잡함은 여전하다. 특히 안내판도 충분하지 않아 복잡하고 좁은 시장 골목길에선 예상치 못한 '미로찾기'를 해야할 때도 있다.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도 같은 구역을 반복해서 맴돌고 좁은 골목에 차량이 지나가는 구간도 있어 보행자가 놀라 멈춰서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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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 차량이 지나가고 있다. /정재훈 기자 |
최대 규모의 시장인 만큼 '정신없는' 게 당연할 지 모르지만, 글로벌 마켓으로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혼잡도가 정리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안내표지판과 보행로 확보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남대문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외국인들을 위한 지도 제작과 안내소 운영, 이동 안내요원 배치 등을 통해 기본적인 안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나아가 일부 주변 호텔과 연계해 QR 기반 서비스도 시범 운영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남대문시장은 도·소매가 함께 이뤄지는 구조라 차 없는 거리 전면 시행은 어렵다"며 "다만 일정 시간대만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