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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캄보디아 국경 충돌 ‘기획된 확전?’…피란민 50만 육박·중재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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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5. 12. 11. 09:00

CAMBODIA-THAILAND-CONFLICT <YONHAP NO-5825> (AFP)
10일(현지시간) 캄보디아 시엠립주에서 주민들이 태국과의 국경 무력 충돌을 피해 짐을 가득 실은 차량을 타고 피란길에 오르고 있다/AFP 연합뉴스
태국과 캄보디아 국경에서 재점화된 무력 충돌로 50만 명이 넘는 피란민이 발생한 가운데, 이번 사태가 양국 지도자들의 정치적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기획된 확전'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지지율 급락에 직면한 태국 총리와 경제난에 시달리는 캄보디아 정권이 내부 불만을 외부의 적으로 돌리기 위해 '국경의 화약고'를 의도적으로 터뜨렸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개입 의사를 밝혔지만, 양국의 복잡한 정치 셈법 속에 중재는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CNA 등에 따르면 국경 지역 16개 전선에서는 태국과 캄보디아 양국 군의 교전이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태국군은 전투기(F-16)를 띄워 캄보디아군 진지를 공습했고, 캄보디아는 소련제 BM-21 다연장 로켓 3000여 발과 드론 폭탄을 퍼부으며 맞섰다. 이 과정에서 캄보디아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14명이 사망하고 수백 명이 부상했다.

전쟁터가 된 국경 마을에서는 대규모 탈출 행렬이 이어졌다. 말 그대로 '엑소더스(대탈출)'이 벌어진 것이다. 태국 측 40만 명, 캄보디아 측 10만 명 등 총 50만 명 이상의 주민이 학교와 사원, 임시 대피소로 몸을 피했다. 캄보디아는 선수단 안전을 이유로 태국에서 열리는 SEA 게임 참가를 전격 취소하며 양국 관계 단절을 공식화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확전의 배경에 태국 아누틴 찬비라쿨 총리의 정치적 위기가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태국 남부 대홍수 부실 대응과 스캔들 연루 의혹으로 아누틴 총리의 지지율은 48%에서 23%로 반토막 났다. 티티난 퐁수디락 쭐랄롱꼰대 교수는 "국경 분쟁은 아누틴 정부에 대한 비난 여론을 잠재우고 민족주의를 고취시킬 수 있는 '전형적인 시선 돌리기 전술'"이라고 짚었다.

하지만 동시에 태국의 복잡한 권력 구조 역시 변수다. 군부 출신이 아닌 민간 정치인 아누틴 총리가 군을 완전히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경 작전의 주도권을 쥔 군부가 독자 행동을 강화할 경우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누틴 총리가 "협상은 없다"며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것 역시 군부의 지지를 얻기 위한 제스처라는 것이다.

캄보디아 역시 내부 사정이 녹록지 않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이 내년도 캄보디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고, 온라인 사기 범죄 조직에 대한 미국의 제재로 경제적 타격이 현실화되고 있다. 판니탄 와타나야곤 전 태국 안보자문위원장은 "캄보디아는 역사적으로 태국 정권이 취약할 때 국경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며 "훈 센과 훈 마넷 부자는 이번 분쟁을 통해 내부 결속을 다지고 국가의 힘을 과시하려 한다"고 진단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화 한 통으로 전쟁을 멈추겠다"며 개입 의지를 드러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태국 외교부는 "지금은 대화할 때가 아니다"라며 제3국의 중재를 거부했고, 미국이 태국의 대중(對中) 경사 행보를 문제 삼아 무역 압박을 가하면서 양국 간 신뢰에도 균열이 생겼다.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역시 무기력하다. 말레이시아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가 양국 정상과 통화하며 중재에 나섰지만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 티티난 교수는 "트럼프의 관세 위협 카드도 효력을 잃을 수 있다"며 "아세안이 단순 관찰자가 아닌 평화유지군을 파견하는 등 더 과감한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만 아세안이 '내정 불간섭'을 최우선 원칙으로 하는만큼 이 방안이 실현될 가능성은 '0'에 가깝다는 것이 외교과의 관측이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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