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법 개정안, 3일 국회 법사위 통과
'북한' 한정에서 우방국 포함한 '외국'으로 확대
"국내 기밀 유출 20~30% 감소 예상"
"간첩 처벌 세분화. '실효적 안보'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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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제정된 현행 간첩법은 72년간 케케묵은 채로 방치됐다. 2025년 12월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국 가운데 간첩죄를 적국에만 한정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그사이 국제 정세는 급변했다. 국가·군사기밀과 산업 기술을 놓고 적국과 우방국을 가리지 않는 '정보전'이 벌어지고 있다.
스파이를 스파이라 부르지 못한 한국은 사실상 '무방비' 상태였다. 국가정보원(국정원)에 따르면, 2020~2024년 5년 사이 외국이 국내 첩보 활동은 150% 증가했다. 이들 모두 간첩법이 아닌 군사기밀보호법, 통신비밀보호법, 여권법, 출입국관리법 위반 등으로 처리됐다. 죄는 '산더미'인데 처벌은 '티끌'에 불과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7월 간첩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문재인 정부 국정원 기획조정실장과 1차장을 맡았던 박 의원은 국회에 입성하자마자 간첩법 개정의 필요성을 적극 개진해왔다. 그는 지난달 24일 아시아투데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그동안 한국은 기밀 탈취 행위를 벌여도 '처벌이 낮은 국가'로 인식됐다"며 "외국 세력이 마음대로 침투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개정안으로 외국인의 간첩 행위에 강력한 억제력을 확보할 수 있다. '실효적 안보 체계'를 구축하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간첩법 개정의 핵심 취지는 무엇인가.
"국제 정세 다변화에 맞춰 '적국' 중심의 구시대적 간첩죄를 넘어 '외국 등'의 위협까지 포괄적으로 처벌하는 것이다. 현행은 주로 북한만 대상으로 하지만, 최근 우방국 간 정보전, 산업 스파이, 사이버 침투가 빈번하다. 이에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를 위한 기밀 탐지·수집·누설 등도 '간첩'으로 처벌할 법적 근거를 명확하게 해 국가 기밀 보호와 안보 실효성을 강화하는 데 초점 맞췄다. 결국 시대 변화에 대한 반영이다."
-간첩법 개정안 시행으로 기대되는 효과는.
"국정원의 추산에 따르면 개정안 통과로 외국 간첩이 억제될 경우 국내 기밀 유출이 20~30% 감소하고, 매년 1조원 규모의 산업 피해를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한미 정보 공유 활성화와 동맹 안보 네트워크 구축 등 국제 협력을 강화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사이버 침투, 영향력 공작 등도 사전에 차단하는 구조가 갖춰지게 된다. 자연스럽게 국민적 안보 의식이 고취되면서 사회 전체의 신뢰가 향상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사형, 무기징역을 비롯해 간첩 행위 처벌을 세분화하는 '실효적 안보'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처벌이 가능한 환경이 조성되면 침투 자체를 줄일 수 있다."
-현재의 간첩법이 시대 변화에 맞지 않다고 보는 이유는.
"현행 간첩법은 1953년 제정된 이래 '적국'에만 한정된 냉전 시대의 산물이다. 오늘날 위협은 중국의 드론·기술 스파이, 러시아 사이버 공격, 다국적 기업의 산업 기밀 유출 등으로 다변화됐다. 그러나 적국 개념 모호화로 우방국 간 정보전도 처벌 불가하며, 이는 국가 안보 구멍인 것이다. 외국으로 확대하는 한편, 기밀 탐지·수집·누설·전달·중개를 포괄적으로 정의해 디지털·글로벌 시대에 발을 맞출 필요가 있다."
-외국인들의 국가기밀 탐지, 수집 행위에 대해 간첩죄가 적용되지 않아 제대로 처벌되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나.
"명백하다. 현행법상 외국인(비적국)의 기밀 탐지·수집은 간첩죄가 아닌 산업스파이법이나 출입국관리법으로 처리돼 처벌이 약하다. 최대 10년 이하 징역까지 가능하지만, 실제 사례는 추방·과태료에 불과하다. 중국인이 군사시설을 드론으로 촬영하는 사건도 간첩죄 미적용으로 사회봉사나 추방에 그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외국 세력이 '한국은 처벌 위험이 낮다'고 판단하게 해 반복을 부추긴다."
-개정안이 악용될 수 있다는 일부 우려에 대한 해결 방안은.
"과거 국가보안법 오용처럼 정치 탄압 우려는 타당하다. 안보와 인권 균형을 맞춘 민주적 개정으로 시대에 맞춰 가야 한다. 대표적으로 기밀 탐지·수집 등 적용 행위를 명확하게 정의하고, 국정원 조사 시 법원 영장을 의무화하는 등 사법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경미한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감경하는 등 비례 원칙도 적용돼야 한다."















